[파이낸셜뉴스] "시댁 내려가서 익명 신고 가능하면 확 신고해버리고 싶네요." (명절 시댁 모임을 셀프 신고하고 싶다는 글)
"시댁 집주소 알려줄게요. 신고 좀 해주세요. 서로 품앗이 한다 생각하고 한 명씩 신고해줄까요."(명절 시댁 모임을 서로 품앗이 신고하자고 제안하는 글)
정부의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집합금지조치 시행에도 설 연휴 시댁 방문을 종용하는 시부모에 대해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 "시댁을 신고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들이 무더기로 올라와 논란을 빚고 있다. "누가 우리 시댁의 방역위반 모임을 대신 신고해달라"는 신고 품앗이부터 "우리 집에 지금 5명 이상 모임하고 있어요"라며 며느리가 방역 당국에 스스로 신고하고 싶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사진=포털사이트 커뮤니티 갈무리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설 연휴까지 2주간 연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설 명절 연휴 때 직계가족이라 하더라도 주민등록상 다른 거주지에 사는 구성원이 5명 이상 모이면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된다.
지난 2일 임신·출산·육아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 ‘셀프 신고’가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며느리 발언권은 ‘0’인데 남편은 말도 못 한다”며 “방문 고집하는 시어머니, 시누네 벌금 좀 물고 정신 차리라고 집합금지 신고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다른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는 ‘신고 품앗이’를 제안하는 글도 등장했다. ‘셀프 신고'를 할 경우 신고자가 밝혀질 수 있으니 서로 신고를 하자는 것이다.
경기 지역에 기반을 둔 한 맘카페 회원은 “집합금지라서 친정에 안 갈 거라고 말했는데 시부모님은 오지 말란 말을 절대 안 한다”며 “서로 품앗이한다고 생각하고 한 명씩 신고해주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글엔 “시댁 집주소 알려드릴 테니 신고 좀 해달라” “설날 때 동네 사람들 감시 하겠다” 등 호응이 잇따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 같은 불만은 고부갈등이나 부모자식 간 갈등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신혼부부인데 명절에 부모님과 아가씨가 우리 집에 와서 식사를 해도 되냐는 남편 때문에 싸웠다”며 “이 시국에 집에 오는 걸 불편해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설에 시가에 가야 하냐’는 고민글은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5인 모임 금지랬는데 시골이라 괜찮다한다” “한 번 안 챙긴다고 조상이 노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오라고 한다” 등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시댁 또는 고향 부모님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 포기..그냥 가요" "어쩔 수 없이 잠깐 내려갔다 오려 구요" 등 체념하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지난 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확실한 안정세에 들어섰단 믿음이 생기면 설 연휴 전이라도 추가적인 방역 조치 완화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467명으로 나흘 만에 다시 400명대를 기록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020년 9월 28일 저녁 서울역에서 귀성하는 부부가 열차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