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률이 낮은 곡물의 해외 공급망 다양화
포스코인터, 6.8만t 국내공급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수출터미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해외농업개발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지난 한 해 밀·콩·옥수수 등 11만t을 국내로 반입했다. 직전 연도보다 2.5배 증가한 규모다. 국내 자급률이 낮아 그간 국제 곡물메이저에 의존해 온 밀·콩·옥수수 등 곡물 공급망을 다양화해 식량안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우리 해외농업개발 기업들이 2020년 한 해 동안 밀·콩·옥수수 등 10만9000t을 국내로 반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작물의 국내반입량은 지난 2010년 400t에서 2015년 1만t, 2019년 4만4000t, 2020만 10만9000t으로 늘었다. 품목별로는 밀 6만8000t, 콩 1만t, 옥수수 2만5000t, 기타 6000t이 각각 국내로 공급됐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 수입국으로 쌀은 자급이 가능하지만, 밀·콩·옥수수 등 곡물은 연간 1700만t을 수입(2019년 기준)하고 있다.
해외농업개발 사업은 2007~2008년 국제곡물가격 급등을 계기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곡물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생산·유통·반입을 지원해 비상시 반입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2009년 시작됐다. 이 사업을 통해 국제 곡물메이저에 의존해 온 곡물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우리 기업의 생산·유통망 진출을 위한 민간 투자와 해외 정착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그간 대규모 물량 취급에 필수적인 곡물유통시설(수출엘리베이터 등)의 확보가 어려워 국내 반입량은 5만t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나, 작년들어 우리 기업들은 주요 지역의 곡물수출터미널을 지분투자 등을 통해 확보하고 곡물을 한국에 대량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에 연간 취급물량 250만t 규모의 곡물수출터미널을 인수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사료용 밀 6만8000t을 국내에 공급했다. 팬오션은 미국 북서부에 연간 900만t 규모의 곡물수출터미널의 지분을 확보했고, 올해부터 이 터미널을 통해 사료용 옥수수 등을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한 북방지역(러시아 연해주) 등에서도 농장을 확보해 옥수수·콩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반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주요 기업으로는 팜스토리, 롯데상사, 아로, 상생복지회 등이 있으며, 지난해 이들 기업은 여의도 면적의 약 80배에 해당하는 2만3000ha 농지에서 콩·옥수수·귀리 등 곡물 6만3000t을 생산했고, 이 중 3만7000t을 국내에 공급했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 수요가 크지만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밀·옥수수·콩 등을 해외에서 직접 생산하거나 유통해 국내에 공급함으로써 식량안보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엔 국제곡물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을 통한 해외 곡물 확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 정책자금 지원조건을 개선하고, 교육·컨설팅·투자환경 조사·정보제공 등을 통해 기업의 진출과 정착을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곡물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해 사업자금 융자 금리를 0.5%p 인하(2.0%→1.5%)했고, 국제 곡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이상만 국제협력국장은 "지난 10년간의 꾸준한 투자와 인력양성을 통해 우리 기업이 대규모 곡물유통시설을 운영해 국내 공급이 늘어난 점을 높이 평가하며, 특히 국제곡물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을 통한 해외 곡물 생산·유통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 곡물사업에 진출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착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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