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많으면 회의 시간 길어져" 전직 日총리 출신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 회장 '올림픽 정신 위배', 美까지도 들끓어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 사퇴 설상가상...모리 회장 "그만둘 수도..."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여성이 많으면 회의 시간이 배는 걸린다."
전직 일본 총리 출신의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 회장(83)이 여성 차별 발언을 내놔 가뜩이나 불안한 도쿄올림픽 개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국내외에서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되는 발언이라고 들끓고 있다. 모리 회장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사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개최까지 5개월 여, 도쿄올림픽이 설상가상이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3일 오후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나왔다. 당일 회의에서는 JOC의 여성 이사 비율을 40%이상으로 하는 목표치가 논의됐는데, 모리 회장이 대뜸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한 것이다. 단순한 농담조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모리 위원장은 자신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맡았던 일본럭비협회의 여성 이사가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모두가 발언을 하고, 회의 시간이 배(倍)는 걸린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 이사를 늘릴 경우에는 발언 시간을 어느 정도 규제하지 않으면 좀처럼 끝나지 않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누가 말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이라고 했다. 발언 당시 현장에서는 웃음 소리가 나왔고, 해다 발언에 대해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현재 JOC 이사는 25명 중 여성은 20%인 5명이다.
도쿄에 설치된 오륜마크. 로이터 뉴스1
로이터 뉴스1
도쿄신문은 4일 "전 세계에서 선수들을 초청해 여는 스포츠 제전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 발언으로 듣기에는 귀를 의심케 한다"며 모리 위원장의 발언이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넷판으로 모리 회장의 발언이 "격렬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인터넷 공간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 트위터에서는 '#모리 요시로씨는 은퇴해 주세요' '#일본의 수치' 라는 해시 태그가 돌고 있다. 일본 국민 10명 중 8~9명은 도쿄올림픽 7월 개최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 악화된 여론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모리 회장은 마이니치신문에 "여성을 멸시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사과하고 싶다"면서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면 그만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사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 중 한 명인 개그콤비 '런던부츠 1호 2호'의 멤버인 다무라 아쓰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림픽 연기를 주장하며, 성화 봉송 주자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모리 회장이 도쿄올림픽의 재연기 가능성을 부인하며, 강행 입장을 밝히자 이에 반발하며 성화 봉송 주자를 그만 두겠다고 한 것이다. 총체적 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