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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매드' 재택근무족, 카리브해로 엑소더스

[파이낸셜뉴스]
'디지털 노매드' 재택근무족, 카리브해로 엑소더스
한 서퍼가 2019년 8월 27일(현지시간) 바베이도스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바베이도스 등 카리브해 섬나라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택근무' 비자를 발행해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재택근무가 가능해 세계 곳곳을 떠도는 것이 수월한 이른바 '디지털 노매드족들'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따뜻한 날씨, 낮은 세금으로 유명한 카리브해 국가들로 몰려들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른바 '재택근무' 비자를 받아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에 새 보금자리를 튼 '디지털 노매드족'이 지난해 여름 이후 수천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7월 1년짜리 재택근무 비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연수입이 5만달러 이상이고, 고용주는 외국에 있어야 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바하마, 세인트루시아, 버뮤다, 안티구아 등 다른 카리브해 섬나라들도 비슷한 시기에 이같은 재택근무 비자 발행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관광수입 의존도가 가장 큰 카리브해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심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한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가 재택근무 비자다.

세계은행(WB) 카리브 지역 담당자인 타신 사예드 이사는 "이 팬데믹이 이들 카리브해 경제에 미친 충격은 최고등급인 5등급짜리 허리케인의 충격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사예드 이사는 "특히 카리브해의 소규모 섬나라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훨씬 더 급격하고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면서 관광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약 40%가 관광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카리브해 국가들은 팬데믹이 시작되자 곧바로 국경을 닫고 검사를 확대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했다. 그러나 경제적 충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리브해 GDP는 12.2% 감소했다. 올해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은 3.7%에 그칠 전망이다.

팬데믹 이전 수준의 GDP를 회복하려면 2024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팬데믹으로 본격화한 이들 디지털 노매드족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바베이도스의 재택근무 비자인 '바베이도스 웰컴 스탬프' 비자는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다. 2000달러만 내면 된다.

바베이도스 관광청은 프로그램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3678명이 비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들의 부양가족은 절반 수준인 1456명이었다.

바베이도스내에서 세금이 면제되는 미국, 영국, 캐나다 시민들이 3분의2를 넘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