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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숨통" 밥집들은 안도의 한숨 "밤장사 풀려야" 술집들은 깊은 한숨 [현장르포]

밤 10시 영업 첫날

"이미 직원을 다섯 명이나 내보냈는데…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서울 종로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60대 오모씨는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날부터 한 단계 완화되면서 운영시간이 오후 10시로 연장됐으나 오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당장 1시간 동안 손님을 더 받아도 그간의 손해를 회복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오씨는 "뼈가 부러졌는데 연고를 바른다고 낫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야간매출 비중에 따라 '온도차'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은 운영시간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됐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는 직계가족을 제외하고 한동안 유지할 방침이다.

거리두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아온 자영업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완화조치에 반색하는 이도 있지만 더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거리두기에 대한 온도차는 야간영업 비중에 따라 다른 듯했다.

서울 종로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고려했을 때 적절한 조치였던 것 같다"며 "영업시간 제한이 없다면 헌팅포차나 클럽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카페 매장영업이 허용된 이후 매출이 회복세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초 해당 카페 영업시간은 오후 10시30분까지라서 '10시 영업'에 영향을 적게 받는 편이다.

반면 24시간 곱창집 직원인 60대 권모씨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곱창집은 술손님이 대부분인 만큼 야간영업이 확대돼야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급이 24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며 "근무시간과 가게 매출이 동반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가게가 망해서 실직자가 될 신세"라며 울상을 지었다.

■"업종별 특성 고려해 세분화해야"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한편, 피로감을 나타내는 사람도 많았다. 인원수를 두고 손님과 업주가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 직계가족만 허용되면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집에서 4년간 일해온 60대 최모씨는 "5인 이상 손님이 와서 따로 앉게 해달라고 하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지금도 한 번만 봐달라며 떼쓰는 손님이 있는데 가족이라고 우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실효성 의문은 여전했다. 야간영업이 코로나19 감염을 부추긴다는 근거가 없을뿐더러 업종에 따라 세분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4시간 해장국집을 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야간에는 한두 명씩 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가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왜 닫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해장국집이 클럽처럼 밀집된 장소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특히 해장국집은 육수를 내기 위해 심야시간에도 주방을 지키는 경우가 많아서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타격이 크다고 전해졌다.

같은 식당에서 근무하는 50대 박모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해서 영업제한이 더 심해질 수 있지 않나"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미리미리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