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커지는 GA 영향력,'그 많던 보험설계사는 GA 소속이다'
작년말 GA 설계사 23만6733명
전속설계사보다 3만6856명 많아
전속, 상품 경쟁력·다양성 확보 한계
한화·미래에셋생명도 제판분리 선언
지난 2000년대 본격적으로 보험시장에 등장한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은 20년이 지난 현재 보험시장의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GA 소속 설계사 수가 보험사 전속 설계사를 넘어설 만큼 GA는 급성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설계사 조직을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하는 '제판분리'에 나서고 있다. 보험 상품의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제판분리'의 본격화는 국내 보험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따라 본지는 제판분리 시대에 접어든 보험산업을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보험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보험설계와 판매가 분리되는 재판분리가 보험시장 재편의 중심에 있다. 특히 독립보험대리점(GA) 채널로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유입되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보험시장에서 GA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는 이미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를 넘어섰고, 전속 설계사 판매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 판매 비중은 각각 11%, 23%에 불과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은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는 등 제판분리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전속 설계사 19만9877명 vs GA 설계사 23만6733명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0년말 기준 GA 소속 설계사는 23만6733명이다. 보험사 전속 설계사 19만9877명과 비교하면 3만6856명이 많은 숫자다. GA 소속 설계사는 2015년말 처음 20만명을 넘어서며 전속 설계사를 추월한 이후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설계사들이 GA로 이동하는 이유는 전속 설계사는 자신이 속한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할 수 았는 반면 GA 설계사는 다른 보험사의 다양한 상품도 함께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GA는 제휴를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대리점으로 업계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수수료가 높은 GA로 이탈하는 전속 설계사가 늘고 있다.
설계사들이 GA로 이동하면서 보험시장에서 GA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GA의 신계약 체결 건수는 전년대비 14.3% 증가한 1461만건에 달했다.
손해보험의 경우 전속 설계사 판매 비중(수입보험료 기준)이 23.7%인 반면 GA(중개사 포함)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45.6%에 달한다. 생명보험은 2015년 20%였던 전속 설계사 판매 비중이 2019년 11.1%로 감소했다.
또한 2019년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은 전년 대비 20.8 % 급증한 7조4302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대형 GA의 수수료 수입은 지난 2017년 5조1809억원, 2018년 6조1537억원, 2019년 7조4324억원 등 해마다 1조원 규모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영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주요 GA는 전년 대비 10~20%씩 실적 향상을 이뤘다.
■보험사의 자회사형 GA 설립 봇물
GA는 보험상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영업 중심 조직이다. 통상 보험사가 직접 관리하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여러 회사 상품을 취급하며, 고객 특성에 따른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고 추천이 가능한 게 강점이다. 이들 GA 가운데는 보유 설계사 수만 1만명 이상 되는 대형업체도 4곳에 달한다. 나아가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의 경우 지난해말 GA업계 1호 상장사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보험시장 내 GA 영향력이 막강해면서 보험사들도 자회사형 GA를 설립,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자회사형 GA 설립으로 영업경쟁력 강화와 비용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04년 9월 보험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GA가 등장한 이래 현재 운영 중인 자회사형 GA는 총 11곳이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한 것은 GA가 대형화되면서 보험사의 GA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보험사의 상품 판매 협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라면서 "판매비용(고정비) 절감, 모집수수료 부담 해소도 설립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이 전속 설계사를 별도 법인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자회사형 GA, 사실상 제판분리를 선언하면서 보험시장에서의 GA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 및 디지털화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소비 패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전속채널 중심의 운영을 통해서는 상품 경쟁력이나 다양성 확보에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들을 비교해 판매할 수 있는 GA 채널로 판매주도권이 전환되는 것은 시대적인 측면에서 제판분리는 판매채널 선진화 방안의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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