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자영업자수 553만1천명
1994년 이후 최저로 떨어져
117년된 식당도 "손님 급감"
동네병원은 "간호사 1명도 벅차"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관련 지표들이 극한치를 가리키고 있다. 벼랑 끝에 내몰려 결국 폐업을 택한 자영업자가 늘면서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199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표적 자영업종인 식당의 경영환경을 가리키는 경기지수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덩달아 서비스업 취업자도 200만명 아래로 급감했다. '나홀로 경영'을 하는 1인 자영업자도 대폭 증가하면서 올해 3%대 성장을 해도 취업자 수는 5만명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고 노포 이문설렁탕도 "저녁 손님 급감"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균 자영업자 수는 553만1000명이다. 1994년 537만6000명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 자영업자 7만5000명이 폐업했다. 2018년 4만4000명, 2019년 3만2000명 등 앞선 해에도 줄었지만 지난해엔 유독 많았다.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식당이다. 실제 지난해 4·4분기(10~12월)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59.33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가 누적되면서 문을 연 지 얼마 안된 식당들이 타격을 입었다. 단골이 많은 노포도 사정은 마찬가지. 1904년 문을 열어 4대에 걸쳐 117년간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 최고의 노포인 서울 종로구 이문설렁탕조차 코로나19 타격을 부인하지 못했다. 이문설렁탕 관계자는 "아침 손님은 물론이고, 특히 저녁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송년회 등 '연말 특수'가 실종되면서 외식업계의 타격이 컸다는 설명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종업원 해고로 이어졌다. 1월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196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6만7000명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20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1월이 처음이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 4월에 각각 16만8000명, 12만3000명이던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폭은 9, 10월 각각 20만7000명, 18만8000명으로 확대됐다.
■동네 병원조차 "간호사 1명도 벅차다"
상대적 고소득 업종으로 인식되던 동네 병의원도 인력 감축으로 연명하고 있다. 출생아 수가 급감한 소아청소년과는 더욱 심각하다. 경남 김해시에서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는 A원장은 간호조무사를 1명으로 줄였다. A원장은 "지난해 12개월 중에 3개월을 제외한 모든 달이 적자였다"며 "간호사 1명 월급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종업원을 모두 내보낸 '나홀로' 자영업자도 늘었다. 지난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수는 9만명이 늘었다. 증가 규모로 따지면 2001년 10만2000명 이후 19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1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6만8000명(숙박·음식점업 3만7000명, 도·소매업 3만2000명) 줄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대를 달성해도 올해 취업자 수는 5만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제전문가 2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 때의 18만명 증가 전망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이는 KDI(10만명 증가)나 한국은행(13만명 증가) 전망치의 절반 수준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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