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6일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사정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구금을 연장한 이후 나라 안팎의 우려대로 수치에게 추가 혐의를 적용해 구금 기간을 늘릴 구실을 만들었다. 군사 정부는 수치에 대한 재판이 가까워지면서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수치의 변호를 맡은 킨 마웅 조 변호사는 16일 수도 네피도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경찰이 수치를 국가 재난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법행위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쿠데타 직후 문민정부를 이끌었던 수치를 가택 연금했다. 현지 경찰은 이달 3일 수치가 불법 수입된 무전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치를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수치를 15일까지 구금하도록 명령했다. 미얀마 사법 당국은 구금 당시 원 민 대통령 역시 재난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금했으며 이외에도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국회의원, 지역 각료들도 체포했다. 미얀마 법원은 지난 15일 갑자기 수치의 구금 기간을 17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수치를 계속 구금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얀마 군사평의회는 형법을 고쳐 법원 허가 없이도 억류 및 구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수출입법 위반 혐의는 최대 징역 2년이 가능하며 코로나19와 관련한 국가 재난법 위반은 최대 징역 3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수치는 일단 17일 네피도에서 화상으로 진행되는 법원 심문에 출석할 예정이다. 미얀마에서는 15일까지 군부에 저항하는 맹렬한 시위가 이어졌지만 16일에는 시위 규모가 크게 줄었다. 이날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경찰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관 1명이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시위대가 폭력사태를 조장하고 있으며 불법적으로 경찰관들을 향해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날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군사정부 회의에서 "폭력을 자행해 반역죄를 저지르고 국가에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주요 도시에 계엄령을 선포했던 군부는 15~16일 연속으로 전국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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