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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조립하는 폭스콘, 애플 전기차 생산까지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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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회장, 전기차에 강한 애정
"모듈식으로 2~3개 모델 추가해
2025년까지 글로벌 10%" 포부
내달 부품 공급업체와 컨퍼런스
이후 애플과 협업 여부도 윤곽

아이폰 조립하는 폭스콘, 애플 전기차 생산까지 나서나
애플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이 연내 모듈 제조 방식으로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폭스콘 그룹의 영 리우 회장이 지난해 10월 전기차 신사업 발표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대만의 폭스콘이 연내 전기자동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애플카(아이카) 생산의 유력 후보군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애플사의 아이폰을 위탁 생산해왔던 폭스콘은 모듈 제작방식으로 연내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면서 더욱 가능성이 높아졌다. 규격화된 모듈 부품들을 조달해 연내 전기차 조립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21일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폭스콘그룹의 영 리우(Young Liu) 회장은 지난 20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4분기에 MIH 플랫폼 설계를 사용하는 전기차 모델이 2~3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MIH 플랫폼은 규격화한 부품을 조립해 전기차를 만드는 모듈식 제작 플랫폼이다.

폭스콘은 일련의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궁극적으로는 거의 모든 부품의 조립까지 도맡을 계획이다. 2025년까지 MIH 오픈 플랫폼의 설계를 사용하여 글로벌 전기자동차의 10%를 보유하겠다는 폭스콘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리우 회장은 이날 설명했다.

폭스콘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MIH 기반 얼라이언스를 통해 전기차 부품 공급업체들을 초청해왔다. 폭스콘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얼라이언스는 퀄컴, 미디어텍, AWS 등 전 세계 700개 이상의 기업을 유치했다.

폭스콘은 다음 달 첫 MIH 얼라이언스 컨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원들은 그룹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컨퍼런스 이후에 애플카와 협업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폭스콘은 스마트폰 산업의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함에 따라 전기차 사업에 매진해왔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대만 율론그룹과의 합작 투자를 했고 중국 최대 민간 자동차 그룹 지리와도 합작사가 설립됐다.

그동안 애플은 애플카 생산을 위해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일본의 닛산자동차 등과 협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하청생산 방식을 두고 합의하지 못해 협상을 중단했다.

외신들은 지금처럼 애플이 완성차 업체에 단순 하청을 바란다면 폭스콘 외에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꼽는 애플 협력사 후보군에는 현대기아자동차 뿐만 아니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닛산, 마쓰다, 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 합병사) 등이 포함된다. 심지어 이미 테슬라도 거론된다.

이외에 세계2위 자동차 부품공급 업체인 캐나다의 마그나, 유럽의 자동차 합작기업인 스텔란티스도 협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마그나는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BMW, 재규어 등의 자동차를 위탁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마그나와 함께 1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부품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바 있다.

CNN비즈니스는 최근 테슬라에서 포드, 혼다에 이르기까지 많은 회사들이 후보군에 거론되지만 실질적으로 애플이 가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주도권을 다 쥐길 바라는 상황에서 자동차 제조사들로선 애플과 협력한다고 해도 별다른 이익을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칫 대형 자동차업체가 하청업체로 인식될 위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동차산업의 폭스콘 역할을 꺼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폰 등 제조에 있어 대만 기업 폭스콘과 애플은 협력사지만 양사가 동등한 관계는 아니라는 점을 빗댄 말이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두렵지 않다"면서 "자동차산업은 단번에 진입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자동차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뜻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