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학력, 고소득 도시 여성 현실 인식 못해...비판
남은 남성과 남은 여성. 바이두뉴스 캡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싱크탱크 전문가가 도시의 ‘남은’ 여성과 농촌 미혼 남성의 매칭을 제안했다가 소셜미디어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차원인데, 고학력과 고소득 여성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주를 이룬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사회개발연구 전문 비정부기구인 산시성 싱크탱크개발협회 우시우밍 부사무총장은 당국이 도시 ‘남은’ 여성의 농촌 이주를 유도해 미혼인구의 증가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 농촌에 가서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중국에서 ‘남은 여성’은 27세 이상의 미혼 여성, 즉 골드미스를 지칭하는 말로, 보통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제안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시 여성은 물론 농촌 여성조차 농촌 남성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하이의 한 여성은 “농촌 남성과 데이트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 세상에 다른 남성이 없다고 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출생 남녀성비가 가장 불균형한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국제데이터 제공업체인 스타티스타 자료를 보면 중국 남녀성비는 여성 100명당 남성 114명으로, 중국 전체적으로 남성이 3000만명 더 많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TO)의 통계인 세계 남녀 평균 105대 100를 웃도는 수치다.
중국의 남녀성비 불균형은 한 자녀 정책과 남아 선호 사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자리와 신랑감을 찾기 위해 여성이 농촌을 떠나면서 농촌의 성비 불균형은 가속화됐다. 남성이 이 같은 농촌에서 신부를 찾으려면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신부 측에게 제공해야 한다.
신화통신은 중국 중부의 산시성, 허난성, 후난성 등 농촌 지역 남성들이 잠재적 신부에게 청혼을 할 때 100만위안(약 1억7200만원)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돈은 신부의 현금 지원금이나 신부 가족의 집과 차를 사는데 쓰인다. 그러나 이마저도 남성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신부를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SCMP는 전했다.
우시우밍 부사무총장은 도시 여성의 농촌 이주 장려 인센티브와 함께 미혼 30대 남성을 위한 직업훈련을 제안했다. 농촌 남성들에게 직업 기술을 훈련시켜 여성 밀도가 높은 지역이나 업종으로 이동시키면 성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여성이 미혼으로 남아있는 모든 이유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농촌 남성들의 독신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지만 높은 학력과 경제적 능력을 갖춘 도시 여성의 경우 결혼과 육아로 현재의 독립적 지위를 잃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우한대학교 중국농촌경영연구센터 루드웬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도시 여성을 농촌으로 이주시키자는 제안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평론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옛날처럼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봉건적 개념이 없지만 사회에서 남성에 대한 관용은 여성보다 여전히 높다”면서 “통상 고소득층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남은 여성은 남성에게 의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 것이 보다 자유롭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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