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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남성 CCTV 10번 포착 8번 무사통과…구멍 뚫린 군

합참, '수영귀순' 현장조사 브리핑
CCTV 등 감시장비에 10회 포착
경보 울렸는데 감시병 인지 못해

北남성 CCTV 10번 포착 8번 무사통과…구멍 뚫린 군
강원 고성 인근의 해안철책선.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원이 확보된 북 남성(귀순 추정)이 해안감시장비 및 폐쇄회로(CC)TV에 총 10회 노출됐지만 이중 8번은 '무사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차례 알림성 경보가 발생했지만 근무 중이던 감시병과 군 간부가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잠수복 철책 하단에 은닉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건물에서 열린 합동참모본부의 '수영귀순' 사건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4시 18분께 제진 검문소 인근 도로를 지날 때까지 총 10차례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초동조치는 오전 4시16분에야 이뤄졌다.

합참에 따르면 북 남성은 어업과 관련한 부업을 해 '물에 익숙한' 민간인으로 바다 수영으로 동해까지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남성은 해안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버렸고,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오전 1시5분부터 38분께 감시카메라 4대에서 총 5회 포착, 두 차례가 이벤트(사람의 움직임 등 경보 발생)가 있었다. 이벤트 발생 시 경보음이 울리고 화면에 팝업이 나왔지만 영상감시병은 이를 자연상황에 의한 오경보로 착각했다. 영상감시병은 당시 카메라 설정 작업 중이었고 담당 상황간부는 업무 관련 통화를 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보에 팝업 나왔지만 무시 왜?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황간부가 업무 관련 통화를 하는 등 공교로운 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군 대응이 소홀했다"며 "북 남성의 움직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도 놓친 것은 (군의) 과오"라고 설명했다.

이후 오전 4시12분부터 18분께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와 민통소초 CCTV에 북 남성이 5회 포착된 후에야, 민통소초 근무자가 해당 남성을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했다.
이후 군은 상황조치 매뉴얼을 정석으로 적용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치만 선별적으로 실시, 안일하게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은 "사단 및 군단의 초기상황 판단시 엄중한 상황에 다소 안일하게 대응했고 제대별 작전수행이 일부 미흡했다"며 "합창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번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경계작전 수행요원의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계지역 인력 부족, 군 기강 해이 등 고질적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는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