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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뉴욕행에 놀라고도… 與 '반쪽' 차등의결권 꺼냈다 [당정 '말로만 규제개혁']

증시 상장 3년 후면 보통주 전환
실효성 없는데 내달 법안 처리 예고

기업 경영권 방어대책 일환으로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정부·여당발 법안이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에 상정됐다.

'e커머스 공룡' 쿠팡이 복수의결권이 허용되지 않는 국내 증시 대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직상장을 택하자 뒤늦게 복수의결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인데, 증시 상장 3년 후면 효력이 사라져 벌써부터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에 월 2회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필요성을 증명할 수 없는 규제나 해외에 없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겠다"(김태년 원내대표)고 밝힌 여당의 규제혁신 약속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산자중기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 156개 법안을 상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육성법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주식발행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1주당 10개 이하의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은 벤처기업 창업주의 소유주식이 발행주식의 3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되면 최대 10년간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벤처기업은 외부기관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받는데, 복수의결권을 보장받으면 지분 희석으로 인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 등 경영활동에 대한 간섭 없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복수의결권을 보장받는 비상장 벤처기업 비중이 전체 산업계에서 극히 낮은 데다, 증시 상장 후 유예기간 3년이 지나면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돼 법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양도하거나 이사직 상실 시에도 복수의결권 효력은 사라진다. 민주당은 오는 3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유통업계를 겨냥한 여당발 규제강화 법안도 입법을 앞두고 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이날 산자중기위에 상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을 보면 신규 개설되는 대규모점포의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실적 미흡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산자중기위 소속인 같은 당 이동주 의원은 복합쇼핑몰을 포함해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 유통업 전 분야에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의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내면서 "소비자 편익과 선택권을 무시한 조치"라는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마저도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한 영업제한 규제 강화 조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30여건에 대해 산자중기위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명절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조치에 대해 "영업제한 시간, 의무휴업일 확대는 소비자의 과도한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등 반대의견이 대거 담겼다.

더불어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상호 약정한 기준에 따라 협력업체와 공유하도록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도 함께 상정되는 등 '공정경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대표되는 여당의 규제입법 행보가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여당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법으로 규정된 만큼 사실상 기업의 팔을 비트는 방법으로 코로나 피해지원 재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