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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계 토스 '학폭 미투' 축구계로··· K리그 간판스타 '후배 성폭력'

24일 로펌 통해 피해사실 폭로
20년 전 사건으로, 공소시효 만료
가해자 승승장구, 피해자 트라우마
이다영 쏘아올린 공, 체육계 흔들었다

[파이낸셜뉴스]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폭로로 시작된 체육계 학폭 미투가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유명 프로축구 선수의 동성 간 성폭력 의혹이다.

국가대표 출신 유명 선수로 대중에도 인지도가 높은 이 선수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합숙소에서 후배 선수들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배구계 토스 '학폭 미투' 축구계로··· K리그 간판스타 '후배 성폭력'
국가대표 출신 유명 스타의 후배 성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소속팀과 축구계는 즉각 확인에 나섰다. fnDB

■이번엔 축구, 대표 스타 '후배 성폭력'

24일 체육계에 따르면 학교폭력 폭로가 프로스포츠를 넘어 체육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폭로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일부는 로펌의 법률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해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24일엔 K리그 명문구단 소속 유명 스타선수의 충격적 학교폭력 의혹이 나와 체육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해당 선수는 전라남도 한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0년 동급생과 함께 후배들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현)를 통해 관련 의혹을 폭로한 피해자들은 당시 같은 학교 5학년이던 이들이다.

이들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활동을 하던 중 선배 두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합숙소에서 가해자들이 이들을 불러 구강성교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현재 가해자 중 한 명은 K리그 유명 구단 소속 스타 선수이고 다른 한 명은 모 대학교 외래교수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내용의 사실여부와는 별도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유사강간과 협박이지만 두 죄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유사강간 등 성범죄의 경우 미성년 피해사례를 막기 위해 성인이 된 이후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도록 하고 있지만 이들의 나이가 이미 30대에 접어들어 공소시효 10년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법률검토를 거쳐 폭로한 건 30대 중반에 접어든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잘 살고 있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다수 학교폭력 사건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인정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재영·이다영 자매, OK금융그룹 읏맨 송명근·심경섭, 삼성화재 블루팡스 박상하,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등의 사건에서도 비슷하게 되풀이된 바 있다.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하는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경우 문제제기 및 처벌, 사후관리 등이 제대로 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극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사건 폭로에 힘입어 제기된 피해자들의 비명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배구계 토스 '학폭 미투' 축구계로··· K리그 간판스타 '후배 성폭력'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간판 스타인 이재영, 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 이후 체육계 학폭 미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fnDB

■진상파악부터 처벌까지, '용서는 없다'
프로배구와 야구에 이어 프로축구계 스타와 관련된 폭로에 축구계가 어떻게 대처할지도 주목된다. 현재 구단이 진상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연맹과 협회의 징계처분이 어느 수위까지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선수 본인의 사실인정 또는 부인 여부에 따라 당시 축구부 관련자들의 증언과 증거를 수집해 사실을 파악하는 절차가 우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박상하 사건에서 삼성화재가 그랬듯 학교 측에 관련 기록만을 확인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또한 이재영, 이다영 선수에 대해 언제 풀릴지 모를 소속팀 자체징계와 국가대표 무기한 자격제한 징계로 마무리한 배구계의 전철을 밟아서도 안 된다는 의견이 높다.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폭로가 한두명의 문제가 아닌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해야 할 필요가 크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학교폭력 이력을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 반영하라"고 지시하는 등 정부는 이번 기회에 학교폭력을 뿌리뽑겠다는 기세다. 정 총리는 23일 "유명 운동선수들의 학폭 전력이 잇따라 알려지면서 국민들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며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체육계에도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구계 토스 '학폭 미투' 축구계로··· K리그 간판스타 '후배 성폭력'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조사해 발표한 학교 체육선수 폭력 실태. 인권위 제공.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