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다 설정 능력은 탁월
라이벌이 흉내 못낼 특기
걸림돌
①유권자가 증세 수용할까
②소주성 닮은꼴 아닌가
③기존 복지는 어떻게 되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탁월한 어젠다 설정 능력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차기 대선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파워, 대단하다. 한국 정치가 이재명 1인한테 끌려간다. 미국 버클리대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는 틀을 잡는 자가 선거에서 이긴다고 말한다('코끼리는 생각하지 마'·2004). 틀(프레임)은 어젠다를 설정하는 능력이다. 이를테면 미국 공화당(코끼리)은 한동안 '감세'(Tax Cut)라는 단순한 용어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상대방이 감세 반대론을 펼쳐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결국 감세를 줄창 말해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가 꼭 그렇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으로 논의의 중심에 섰다. 기본소득에 반대해도 이재명을 말해야 하고, 이재명을 반대해도 기본소득을 말해야 한다. 이런 꽃놀이패가 또 있을까.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제대로 뜯어보자
◇기본소득 구상 언제 나왔나
굳이 따지자면 2017년 대선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생애주기별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기본소득이라고 했지만 한계가 있다. 노인용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청년용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이재명표 기본소득 개념은 이보다 훨씬 넓다. 잘살든 못살든 모든 사람한테 주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
총선이 열린 2020년 기본소득은 정치권으로 깊이 파고 든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전 국민에게 월 60만원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놨다가 서둘러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뒤 드디어 이재명 지사가 본격적으로 기본소득 칼을 빼든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20년 5월26일)을 통해 "이제 K방역에 이은 K경제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며 "K경제의 핵심은 바로 소멸성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을 통한 소비역량 강화"라고 강조했다. 7월엔 대법원이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이 지사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덩달아 기본소득 논의도 날개를 달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당내 경선에서 맞붙을 이재명 지사(왼쪽)와 이낙연 대표./사진=뉴스1
◇진보 진영 내 장군·멍군
무수한 사람이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놓고 시비를 걸었다. 편의상 이낙연, 정세균, 임종석, 홍남기, 최문순 5인으로 압축 정리한다. 말말말을 통해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낙연 vs 이재명>
2020년 6월 당시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고 썼다. 이때만 해도 이낙연 지지율이 이재명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선 지지율이 저만치 벌어졌다. 자연 이 대표의 말도 거칠어졌다. 그는 2월2일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걷어찬 셈이다.
이재명은 곧바로 반격했다. 그는 2월6일 트위터에 "다른 나라가 안 하는데 우리가 감히 할 수 있겠냐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열패(劣敗)는 자신이 속한 정당 대표에게 쓸 단어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곧바로 "이 대표는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반격은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열패'라는 단어는 두고두고 말썽을 부릴 소지가 크다.
이 지사는 2월7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필요한 정책이라면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길을 찾아내는 정치인의 일"이라며 이 대표에 대한 반격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이낙연 대표라면 무지 신경이 거슬릴 것 같다.
<정세균 vs 이재명>
정세균 총리는 2월4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구상에 기본소득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도 없는 데다 이를 실행하려면 기존의 모든 복지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와 이 지사는 잠재적 경쟁자다. 오고 가는 말이 고울 수가 없다. 이 지사가 "다른 나라가 안 하는데 우리가 감히 할 수 있겠냐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한 것은 이 대표와 정 총리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정 총리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2월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왜 쓸데없는 데다가 우리가 전력을 낭비하느냐"며 이재명표 기본소득을 꾸욱 밟았다. '쓸데없는' 소리를 한 이 지사가 어떤 반격을 펼칠지 지켜보자.
<임종석 vs 이재명>
임종석 전 실장이 기본소득 전투에 참전한 것은 민주당 주류의 조급함을 반영하는 듯하다. 이재명에 맞설 친문 후보가 영 뜨지 않고 있어서다.
임 전 실장은 2월8일 재원과 불공정성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이 지사가 중장기 목표로 제시하는 월 50만원을 지급하려면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된다"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증세가 필요하다. 스위스에서 부결된 이유를 쉽게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본소득이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며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미래 세대에 고통을 떠넘기지 않으면서 더 공정한 것일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2월9일 "교황께서도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며 "기본소득은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로운 정책이 아니다. 이제는 구체적인 세부 논의로 들어가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임 전 실장이 이튿날 "교황이 제안한 것은 기본임금"이라고 재반박한 것은 참고로 알아두자.
<최문순 vs 이재명>
최문순 강원 지사도 이재명과 세게 붙었다. 최 지사는 25일 "기본소득은 우파들의 정책"이라며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속임수"라고 쏘아붙였다. '우파'는 이재명에게 아픈 대목이다. 핀란드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우파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주도한 사례가 꽤 보인다. 헤프게 쓰는 기존 복지를 한데 그러모아 기본소득으로 퉁 치자는 게 우파들의 생각이다.
이재명은 역시 그답게 사이다 스타일로 반격했다. 그는 25일 페이스북에서 "민생과 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좌파면 어떻고 우파면 어떠냐"고 되물었다. "내 주장엔 좌파, 우파 요소가 모두 들어있고 제3의 입장에 가까우니 굳이 따지자면 양파나 무파에 더 가깝겠다"고도 했다. 스스로 실용주의자를 자처한 이 지사는 "이념이나 학문은 그것이 좌파의 소유든 우파의 소유든, 유용성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은 사사건건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충돌하고 있다. 기본소득을 놓고도 두 사람은 이견이 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두 사람이 주먹인사를 나누는 모습./사진=뉴시스
<홍남기 vs 이재명>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사람은 기본소득을 놓고도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홍 부총리는 작년 6월 서울 프레스센터 강연에서 "전 세계에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복지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라는 것이다. "의료 등 어려운 사람에 대한 지원을 다 없애고 전 국민 빵값으로 일정한 금액을 주는 것이 더 맞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기본소득 주장은 생뚱맞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어 12월엔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라고 홍 부총리를 비꼬았다. 경제부총리와 경기 지사가 이렇게 대놓고 싸우는 건 처음 본다.
알래스카영구기금(APF)를 관리하는 알래스카영구기금 코포레이션의 로고.(자료=APFC 웹사이트)
◇다른 나라는 어땠나
미국 알래스카부터 보자. 이낙연 대표가 "알래스카 빼고는…"이라고 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에서 기본소득제를 제대로 실시하는 곳은 사실상 알래스카주가 유일하다. 자원이 풍부한 알래스카는 1976년 주헌법에 따라 알래스카영구기금(APF·Alaska Permanent Fund)을 만들어 석유에서 발생한 수익을 조건없이 주민들에게 나눠준다. 만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기금은 640억달러(약 72조원) 규모로, 해마다 평균 1600달러(약 180만원)을 모든 주민에게 공짜로 준다.
하지만 알래스카 사례는 참고용일뿐 우리가 따라할 모델은 아니다. 알래스카는 땅은 넓지만 인구는 71만명 조금 넘는다. 서울 송파구 인구(약 67만명·2021년 1월 기준)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자원 덕에 미국 50개 주 가운데 소득은 8위권이다. 알래스카 모델은 중동의 작은 석유부국한테나 어울린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기본소득 실험을 제대로 한 나라는 핀란드가 있다. 유하 시필레 중도당 대표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2년(2017년 1월~2018년 12월)에 걸쳐 기본소득을 실험했다. 장기 실업자 2000명을 임의로 뽑아 매달 560유로(약 76만원)를 주었다. 560유로는 실업수당과 비슷한 금액이다. 기본소득 실험에선 실직자가 새 직장을 구하든 말든, 빈둥빈둥 놀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가장 바란 게 구직효과인데, 기본소득을 받지 않는 그룹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일자리는 늘지 않았고,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스위스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 민의를 물었다. 유권자 77%가 반대했다. 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을 헌법에 넣으려 했으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스위스 기본소득안은 핀란드안보다 더 야심만만했다. 기존 복지 혜택을 기본소득 하나로 통합하려고 했다. 자연 금액도 핀란드보다 셌다. 성인은 월 2500스위스프랑(약 320만원), 어린이는 625스위스프랑(약 80만원) 수준이다. 이 돈을 잘살든 못살든 스위스에 거주하는 모든 이에게 주려고 했다. 이렇게 하면 한해 2080억 스위스프랑(약 264조원)이 든다.
기본소득 찬성파는 재원 조달 통로로 크게 두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복지비 통합,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정부는 복지비를 다 모아도 250억 스위스프랑(약 32조원)이 빌 걸로 봤다. 결국 증세가 불가피하다. 스위스 국민이 기본소득안을 걷어찬 이유다. 기본소득을 노리고 동유럽, 아프리카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입국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당시 스위스 정부가 기본소득 반대 운동을 펼친 것도 흥미롭다.
최근 독일 사례를 자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독일경제연구소(DIW)와 '나의기본소득' 협회가 공동으로 작년 8월부터 오는 2024년말까지 실험을 진행 중이다. 120명에게 다달이 1200유로(약 164만원)을 준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비용는 협회에서 댄다.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란 얘기다. 기본소득 효과를 학술적으로 알아보는 차원으로 보면 맞다.
독일 DIW의 기본소득 프로젝트 사이트."기본소득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고 묻는다. (자료=DIW 웹사이트)
◇이재명이 풀어야 할 숙제
<증세 걸림돌>
이재명표 기본소득의 최대 장애물은 증세다. 이 지사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끊임없이 증세 필요성을 강조한다. 당당한 모습은 좋다. 증세라면 벌벌 떠는 다른 정치인들과 다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목적세 신설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기본소득용 탄소세, 토지불로소득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을 말한다.
말은 쉽지만 실행은 어렵다. 오죽하면 증세를 정치인의 무덤이라고 했을까. 기본소득용 토지불로소득세? 지금도 집을 가진 이들은 재산세, 종부세로 부글부글 끓는다. 집으로 번 돈을 다 세금으로 내라고 하면 "예, 알았습니다"하면서 순순히 응할까? 턱도 없다.
이재명은 "대다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기본소득이 더많은 기본소득목적세를 이해하기만 하면 증세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찬성할것"(2.7 페이스북)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가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다. '대다수 국민'이 아니라 '극소수 국민'이라야 맞다. 조세저항은 이재명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설득력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한 기본소득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전례가 없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최저임금을 팍팍 올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라고 닦달했다. 그래서 지금 저소득층이 더 살기 좋아졌는가. 과연 소득이 성장을 주도했나. 전례없는 소주성 전략을 두고 경제학자들은 부두(Voodoo) 이코노미, 곧 주술 경제학이 될 거라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소주성은 대실패로 끝났다.
기본소득도 모델이 없다. 이 지사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리라고 하지만 소주성 결과를 뻔히 아는데 어떻게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지사는 기본소득이 복지 정책이면서 동시에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소비 진작을 통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복지적 경제정책"이라는 것이다.
비슷한 말을 문 정부도 했다. 소주성이 분배를 개선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주문처럼 외웠다. 소주성 참사는 이 지사가 짊어져야 할 멍에다.
<기본소득은 우파 정책>
보수야당 국민의힘은 정강정책 1호로 기본소득을 내세운다. 이 지사는 국힘 기본소득을 짝퉁으로 폄하한다. 물론 차이는 있다. 국힘의 기본소득 정책은 기존 현금 지원제도를 통합하는 데 방점을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왜 민주당 소속 이재명 지사가 국힘 1호와 같은 이름의 정책을 주창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핀란드·스위스 사례에서 보듯 해외에서도 기본소득은 외려 우파가 선호한다. 독일도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난해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러다 복지까지 망치면 어쩌나>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함과 동시에 기존 복지를 더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쎄다. 한정된 자원을 기본소득에 할당하면 의료 등 기존 복지엔 아무래도 마이너스가 아닐까.
핀란드, 스위스는 세계가 부러워 하는 고부담·고복지 국가다. 두 나라는 복지 수준을 일정한 선에 올려놓은 뒤 더 나은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기본소득에 손을 댔으나 결국은 기존 복지 체제로 돌아왔다.
한국은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코로나 사태 때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다. 홍남기 부총리가 "지금은 복지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라고 말한 배경이다.
심지어 노동계 안에서도 '조건없는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를 파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래 노동권연구소의 제갈현숙 연구위원이 '참세상'(2021년 1월13일)에 기고한 글을 읽어보자.
"쾰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이자, 독일 사회정책의 대표학자인 부터베게(C. Butterwegge)는 2015년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복지국가를 파괴한다'라는 글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은 이미 부유한 사람에겐 필요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에게는 충분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공정할 수 없어서 하나의 유토피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기본소득은 16세기 영국 철학자 토마스 모어가 명저 '유토피아'에서 "도둑을 줄이려면 교수형 같은 끔직한 형벌 대신 모든 사람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효시로 친다.
16세기 영국 철학자 토마스 모어. 그가 쓴 '유토피아'를 기본소득의 효시로 친다.(자료=Wikipedia)
◇이재명표 좀 더 다듬길
한국 사회에서 기본소득 논의를 활성화시킨 최대 공로자는 이재명 지사다. 과감하게 증세 필요성을 제시한 것도 그가 아니면 어렵다. 하지만 이재명표 기본소득은 아직 다듬어야 할 구석이 여럿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7년 5월 '주요 선진국의 기본소득 논의 동향' 보고서에서 세가지 어려움을 예상한다.
①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하려면 세금 인상, 세출 조정 등이 불가피하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어려울 가능성
② 기본소득 지급으로 근로의욕 저하 및 노동력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
③ 재정건전성을 위해 기존 복지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할 경우 복지 수혜 대상의 반발 예상
4년 전 지적이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이재명은 기본소득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탔다. 호랑이를 잘 길들여야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다. 유권자들이 옳거니, 무릎을 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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