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민변, 토지대장 등 확인
100억원대 규모 필지, LH 직원·가족·지인 소유
필지 쪼개기 통해 지분 소유 방식으로 매입
공익감사 청구.."전수조사 필요"
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 의횩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설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원 10여명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지역에 100억원대 토지를 사전에 투기를 목적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이와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측은 감사원에 이들 직원들의 사전투기 행위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와 LH의 관리·감독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올 경우 직접 고발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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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매입 자금 대출 58억원..특정 은행에 몰려"
참여연대와 민변은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이 해당 지역에서 투기를 목적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아 토지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 LH 직원 여러 명이 토지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감사원에 국토교통부와 LH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토지대장 분석 결과,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이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광명·시흥지역 신도시 예정지 내 10개 필지 2만3028㎡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광명·시흥지역은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논의 당시에도 이미 유력 후보지로 거론돼 온 지역이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광명시흥지구 지정 발표 이후 해당 지역에 LH 직원들이 투기를 위해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를 받아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 등을 확인한 결과 LH 직원들 여러 명이 해당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분석 결과)LH 공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도시 토지보상 시범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 상당수는 LH 내 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로, 시기를 달리해 필지를 매입하거나 배우자 명의 또는 퇴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과 공동으로 매입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토지 매입에 가담한 이들이 해당 토지에 대한 개별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고 공동으로 소유권 지분 취득하는 방식으로 매입한 배경에 대해 "필지 매입가액이 10억~20억여원으로 상당해 필지 쪼개기를 통해 공유 관계로 나누는 과정에서 공모관계가 있을지 모른다고 봤다"며 "추후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파트 분양권으로 보상되기 때문에 각자가 부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수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토지 매입 금액 규모는 100억원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들 매입 자금 중 약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일 것으로 민변 측은 추정했다. 김 위원장은 "토지 매매를 위한 대출이 특정 은행에 몰려있었다"며 "거래 규모 금액 자체가 커, 한 건당 10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고,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성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가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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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적극 대응 않을 경우 고발도 불사"
서 변호사는 "특정지역본부의 직원들이 매입토지의 공동소유자로 돼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명의 또는 배우자, 지인들과 공동으로 비슷한 시기에 해당 지역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볼 때 잘못된 관행이 많이 있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만일 1명의 명의자가 일치했다면 동명이인으로도 볼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지역본부 직원들이 특정 토지의 공동소유자로 돼있다"며 "해당 토지 외에도 본인명의 외 배우자나 친인척 명의로 취득한 경우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매입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광명·시흥지역 외에도 3기 신도시 전반에 걸쳐 국토부 공무원 및 LH 직원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을 경우 취득일자와 취득경위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는 LH 직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토지 투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돼 실망스럽다"며 "LH 직원들의 이러한 행위는 부패방지법 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 실행위원은 "감사원이 철저한 감사를 통해 이들의 사전투기 행위의 경위를 전수조사하는 것은 물론, 국토부와 LH 차원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실 원인과 전말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감사원에서 문제 없다고 결론이 나올 경우 직접 고발이나 수사의뢰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감사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직접 고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LH 측은 현재 자체 조사를 통한 사실 관계 파악 중이다. LH 관계자는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과 관련, 공사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토지매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며 "향후 이와 관련해 관계 기관의 조사가 있을 경우에는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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