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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펴기' 기술로 수백년된 편지 펴지도 않고 읽었다

[파이낸셜뉴스]

'가상펴기' 기술로 수백년된 편지 펴지도 않고 읽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2019년 10월 30일(현지시간) 공개된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편지. 미국 연구진은 2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공개한 논문에서 X레이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접혀진 편지를 펴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기술인 이른바 가상펴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AP뉴시스

컴퓨터 알고리즘과 X레이 스캐너를 통한 이른바 '가상 펴기(virtual unfolding)' 기술이 수백년된 편지를 펼치지도 않은 채 읽을 수 있도록 해줬다.

정밀한 골밀도 측정부터 접힌 낙하산 이상유무 판독 등 의료·엔지니어링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이나 댐브로지오를 비롯한 연구진 11명은 이날 공개된 네이처 커뮤미케이션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가상펴기' 기술로 1697년에 씌워져 봉인돼 왔던 편지를 읽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여러겹으로 겹쳐져 펼칠 경우 훼손 우려가 있어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던 봉인된 편지들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역사 연구에 큰 진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 기술을 의료와 엔지니어링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봉인편지는 1800년대 중반 편지봉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전까지 유럽에서 편지를 보내는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종이접기처럼 여러 겹으로 편지를 접어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수백년된 편지를 펼치다 보면 삭은 종이가 떨어져 나가고 글자들 역시 알아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봉인편지들은 읽을 수 없는 영역에 속해 있었다.

연구진이 가상펴기 기술로 읽기에 성공한 편지는 8겹으로 접힌 편지로 한 유럽의 우체국장 트렁크에서 발견돼 1926년 네덜란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300년된 배달되지 않은 수백통의 우편물 가운데 하나다.

1697년 7월 31일자로 돼 있는 프랑스어로 쓰인 이 편지는 자크 세나큐라는 남자가 사망증명서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접힌 편지를 읽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쳤다.

우선 연구진은 런던 퀸메리대 의대가 개발한 X레이 스캐너를 활용해 편지를 3차원으로 스캔했다. 연구진은 이어 이 이미지를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접힌 면마다 나눠 분리했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종이가 펴졌다면 글자가 어떻게 생겼을지를 판독해냈다.

최종 이미지는 마치 카메라로 메시지를 촬영한 것 같은 이미지로 대부분 글자가 판독가능했다고 논문 저자 가운데 한 명인 샌프란시스코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어맨다 가사이가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에서 정립된 가상펴기 기술이 다양한 쓰임새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X레이와 알고리즘을 통한 이 기술을 적용하면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들의 뼈 건강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의사들이 우려되는 뼈가 어느 부분인지를 정밀하게 판독할 수 있을 전망이다.

터프츠대 공대의 컴퓨터 엔지니어인 캐런 패네타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접혀진 낙하산에 이상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등 접힌 물체의 이상 유무 판독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