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주식 계좌 수 3800만개 육박
'취미 주식'부터 '주식 중독'까지 다양한 현상 나와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일감 등으로 우울증을 앓은 프리랜서 디자이너 정주현씨(32)는 지난해 말부터 주식을 하면서 활기를 찾았다. 정씨는 "매일 아침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가 생긴 느낌”이라면서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는데, 요즘은 다음 날이 기다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2. 직장인 김모씨(28)는 지난 1일 삼일절로 인해 장이 열리지 않자 초조함과 심란함을 느꼈다. 작은 이슈에도 예민해지고 짜증도 늘었다. 김씨는 평일 업무 중에도 주식거래창을 더 신경 쓰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주식 중독' 증세를 의심했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주식 붐'이 일면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활동을 둘러싸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취미로 소액 투자를 하면서 삶의 활력을 돋우는 개미가 있는가 하면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862만1934개를 기록했다. 증권업계 통설로 투자자 한 명당 4~5개의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고려하면 주식 투자 인구는 800만명을 훌쩍 넘는다. 주식 투자가 한국 사회의 어엿한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에 주식 투자 활동을 자산 증식 수단 이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자녀들이 작년부터 주식을 시작하면서 가족 간 대화가 늘었다는 직장인 송모씨(56)는 "딸들이 크면서 대화거리가 사라지는 것 같아 서운했는데 주식이란 공통점이 생겼다"면서 "20년간 주식을 했지만 요즘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남편의 권유로 지난 1월부터 주식 투자에 입문한 전업주부 한정선씨(48)는 주식을 새로운 취미로 삼았다. 갱년기로 인해 무기력감을 겪던 중 매일 분초를 다투며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에 재미를 느낀 것이다. 한씨는 "소액인 데다 잘 모르는 만큼 대단한 수익을 내겠단 생각보단 일상 속 활력이 될 정도로만 하고 있다”면서 “집안일을 하다가 휴대폰으로 짬짬이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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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단현상 등 '주식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들은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나 연휴엔 초조함, 불쾌감을 느끼고 활동 빈도를 줄이겠단 다짐을 지키지 못하는 등 '게임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2년 전부터 주식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최근 들어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중독 증세를 겪으면서 곤혹을 치렀다.
김씨는 "지난 설 연휴 휴장을 앞두고 주식을 며칠 못하게 될 거란 생각에 해외 주식과 비트코인도 시작했다"면서 "재작년엔 안 그랬는데 작년에 급물살을 타면서 나도 모르게 주식에만 몰두해 다니는 회사에서 주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주식 중독으로 상담을 받은 사람은 238명으로, 상담 건수는 전년(3540건) 대비 64% 급증한 5523건이었다.
지난 1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238명이 주식 문제로 430건의 상담을 받았다.
실제로 해당 센터의 온라인 상담 게시판에는 '남편이 주식시장이 열리는 내내 휴대폰만 보고 돈을 잃으면 폭력적인 상황으로까지 번진다'. '주식으로 빚을 지고 개인회생을 준비하면서 그만 둬야지 했는데, 또 생각나면 하게 된다' 등 상담이나 치료를 요청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센터 관계자는 "물론 주식은 아주 건전한 투자 방식이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과하게 몰입하면 무리하게 돈을 빌리고 거짓말을 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등 도박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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