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확인 시 무관용 강조했지만
비밀범위 협소해 처벌 어려울수도
정부합동조사단에 국토부 포함
제식구 감싸기·솜방망이 처벌 우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 앞서 사과를 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박범준 기자
정부가 7일 부동산 일탈행위 특단책을 내놓은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4·7 재보궐선거 표심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집값 잡기에 실패할 경우 현 정부의 레임덕까지 낳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업무처리 중 취득한 비밀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투기했지만, 비밀에 대한 범위가 너무 협소해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어려워 처벌을 비켜갈 우려가 제기된다. 또 이번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대상이기도 한 국토교통부를 조사단에서 배제하지 않아 '셀프 조사'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범위한 업무상 비밀, 처벌 어려울 수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최근 LH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진행 중인 정부합동조사 결과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 무관용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LH 직원 투기 의혹처럼 비공개·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상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참고해 범죄행위로 얻은 이득 이상이 환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중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가중처벌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건 그간의 처벌이 '경고'와 '주의' 등 '솜방망이'였기 때문이다. 실제 LH 직원들의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경기 고양지역에서 3기 신도시 유력 후보지의 개발정보가 담긴 도면이 유출되기도 했다.
정부 법 개정 의지에 정치권도 재빨리 화답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무처리 중 취득한 비밀 정보를 악용해 부동산 시세차익을 얻는다면 해당 이익의 3배 이상~5배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업무상 알게 된 정보로 본인 명의가 아닌 친인척을 통해 투자했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당장 이번 광명·시흥지구 투기건에도 한 시민단체가 '업무상 비밀 이용' '농지법 등 위반' 혐의로 LH 직원들을 대검찰청에 고발했지만, 비밀에 대한 범위가 너무 협소해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도시 개발과 관련한 투기를 막으려면 기획부동산의 단골 수법인 '지분 쪼개기' 등을 막을 법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셀프 면죄부…"검찰이 나서라"
정부가 관계장관들을 일요일에까지 소집해 긴급담화문을 발표했지만,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뿔난 여론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국민들께서 정부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믿어달라"고 호소했지만, 정작 이번 정부합동조사단에 국토부가 포함된 것에 대해선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부합동조사단 조사대상엔 LH 직원뿐 아니라 국토부 직원들도 포함된다. 이 탓에 스스로 '면죄부'를 줄 것이란 우려가 높다. 여당에서도 "국토부는 빠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시장에서는 이번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가 오는 11일 전후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와 LH 직원들이 투기를 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한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이에 앞서 시장교란행위 방지 세부대책을 오는 10일 관계장관회의 시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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