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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급부상에…與 "어젠다 만들 정치력 있나" 野 "쫓겨난 거 말고 뭐 있나"

윤석열 급부상에…與 "어젠다 만들 정치력 있나" 野 "쫓겨난 거 말고 뭐 있나"
사퇴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1.3.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윤석열 급부상에…與 "어젠다 만들 정치력 있나" 野 "쫓겨난 거 말고 뭐 있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 2021.3.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유경선 기자,이준성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내년 3·9 대선을 1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적합도 1위에 올라서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일시적인 영향'이라며 평가절하했지만, 국민의힘도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당내 사정을 고려할 때 마냥 반기지만은 못하는 모습이다.

9일 민주당 인사들은 전날(8일) 윤 전 총장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대부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건 전 국무총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 때 지지율 1위를 달렸다가 거품이 꺼졌던 점을 거론하며 "이처럼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블로킹 효과로 국민의힘 대선주자는 페이드아웃 됐다"며 "안철수도, 오세훈도, 홍준표도 훅 갔다"고 비꼬았다.

윤 전 총장을 반기는 국민의힘 일부를 향해선 "윤석열의 정치권 등장이 국민의힘에게는 재앙이 됐다"며 "윤석열이 당분간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을 도토리로 만들다가 반기문처럼 사라지거나 제3지대 외곽에 머물며 안철수처럼 국민의힘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의 지지율은 사퇴로 인한 일시적인 영향"이라면서 "이후엔 본인 스스로 이슈나 어젠다를 만들 정치력이 있는지 추세를 봐야 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당 소속 재선의원은 "(지난 1년을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은 한창 논쟁의 중심 있을 땐 지지율이 확 올랐다가 논쟁이 사그라지면 한 자릿수로 빠졌었다"라며 "사표를 던지고 나오니 일시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LH 직원 투기 의혹, 중대범죄수사청 강행 등 우리 당이 여러 모로 형편 없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면서도 "정권의 탄압을 받고 쫓겨났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지 않나. (높은 지지율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이 굳어질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며 "바닥(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지도부가) 긴장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민주당·한국노총 고위급 정책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 급등과 관련해 별도의 언급을 삼갔다.

국민의힘은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만큼 마냥 반기지만은 못 하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라며 "사퇴한 직후 극적인 시점에 이뤄진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조정기는 반드시 거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김기현 의원은 "한 번의 여론조사인데, 부풀려서도 위축시켜서도 안 될 일이라고 본다"며 "다만 전체적 흐름이나 추세를 보면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의지가 굉장히 강해지고 있다. 그게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고 해석했다.

곽상도 의원은 "아직 윤 전 총장은 우리 당 후보가 아니고 우리 당에 입당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계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될지 계속 주의하며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개인의 지지율이라기보다 '정권 심판론'에 동의하는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이 32.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4.1%로 2위를 기록했고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4.9%로 3위를 차지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은 28.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지사는 22.4%로 2위에 올랐고 이낙연 대표는 13.8%로 뒤를 이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