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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자 동의만 받으면 되는 '민법상 입양'… 학대·파양 무방비

민법-특례법 나뉘어있는 입양법
부모·친지 있는 아이 데려올땐
입양가정 자격 제대로 안따져
파양 사례 99%가 집중
"제도 일원화해야" 목소리 커져

친권자 동의만 받으면 되는 '민법상 입양'… 학대·파양 무방비
부모나 친지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된 입양 제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모나 친지의 동의로 이뤄지는 민법상 입양에서 파양(양자 관계의 인연을 끊음) 및 학대사례가 집중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은 입양을 민법상 입양과 입양특례법상 입양으로 양분해놓고 있는데, 민법상 입양의 경우 특례법과 달리 입양부모의 조건을 엄격히 따지지 않아 문제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파양 99%는 '민법상 입양'

10일 입양지원 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의 입양체계는 민법상 입양과 입양특례법상 입양으로 이원화돼 있다.

민법상 입양은 아이의 친권자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입양으로, 부모 동의를 받아 제3자에게 입양되거나 재혼 및 사망 등의 사유로 입양되는 사례다.

입양특례법은 주먹구구식 입양으로 인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1976년 제정됐다. 보호시설에서 관리하는 아동의 국내외 입양과 관련해 양친이 될 사람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관련법은 양친이 될 자격으로 △충분한 재산 △종교의 자유 인정 및 교육 가능성 △범죄 및 약물중독 경력이 없을 것 등을 규정한다. 더불어 지자체장과 입양기관에게 조사권한이 부여돼 최소한의 검증과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민법상 입양은 가정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했을 뿐 법으로 자격제한이나 조사를 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브로커를 통해 이뤄지는 '묻지마 입양'도 민법상 입양의 낮은 문턱을 이용한다. 워낙 암암리에 범죄가 이뤄지는 탓에 실체가 확인된 적이 없지만 온라인 등을 통해 미혼모에게 접근해 돈을 주고 아이를 매매해 입양을 보내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충남 논산경찰서엔 2016년 미혼모에게 20만~150만원씩을 주고 영아 6명을 데려와 키우던 여성이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해 단순 인신매매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민법상 입양에서 파양 등의 문제가 집중된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입양가정에서 이뤄진 파양은 매년 800건 내외다. 그중 99% 이상이 민법상 입양에서 발생한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확인된 파양건수는 6605건이다. 이중 입양특례법에 따라 기관을 통한 입양은 단 4건 뿐이다. 나머지 6601건이 부모의 재혼으로 입양, 부모 사망으로 친인척에게 입양,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일반 입양한 사례 등이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정인이 사건으로 정부가 입양특례법 입양 사례까지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실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각지대 '민법상 입양' 정비해야

민법상 입양아동이 처한 현실은 확인하기 어렵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연도별 입양통계를 작성하면서도 민법상 입양아동이 몇 명이고, 전체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자료에서 확인된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과 민법상 입양 간 파양수 차이는 시사점이 크다. 대부분의 파양이 양부모와 양자 간의 불화 및 학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민법상 입양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관을 통해 입양한 부모들은 억울함까지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정인이 사건 뒤 악화된 여론으로 입양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6살 아이를 입양해 양육하고 있다는 이모씨(46·여)는 "입양특례법으로 입양한 사람들은 그래도 법적 기준에 맞춰 검증이 되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며 "매년 수백명씩 파양되는 민법입양을 놔두고 입양가족 전수조사를 한다는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