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 아동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입양모가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양부모의 상습적 학대로 숨진 정인 양의 신체 손상 정도가 심각했다는 법의학자들 증언이 나왔다. 몸 곳곳에서 도저히 사고 탓으로 설명될 수 없는 수준의 피해가 발견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상주)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정인 양 사인을 감정한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과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교수는 “사망 당시 가해진 충격은 (장과 등 쪽을 연결하는) 장간막이 찢어지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될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이 정도의 손상이 있으려면 몸이 고정된 상태에서 발로 밟는 수준의 강한 둔력이 가해져야 한다”며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잘못된 심폐소생술(CPR)을 한 정도의 충격으로는 췌장이 완전히 절단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그러면서 “정인이가 너무 많이 다쳤다. 내동댕이칠 때 흔히 생기는 멍이 있다”며 “개인적인 의학적 소견으로는 양모가 사망의 가능성을 알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짚었다.
정인양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김모씨 역시 유사한 진술을 했다. 김씨는 “정인양은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손상 상태가 제일 심했다”며 “맨눈으로 보기에도 심한 상처가 많이 있었다.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별도 부검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는 췌장이 절단될 정도의 복부 손상이 생기기는 어렵다”며 “특히 이번 사건처럼 장간막까지 찢어지는 상처가 발생하려면 사고가 아닌 폭행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유 교수 증언에 힘을 실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정인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진단 기준점인 25점에 근접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4차 공판이 열린 지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