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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실패한 3가지 이유 [이슈 1인치]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실패한 3가지 이유 [이슈 1인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야권 후보 간 단일화가 1차적으로 실패했다. 오는 29일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또는 다음 달 2~3일 사전투표 전까지 단일화할 수 있다는 '플랜 B'와 '플랜 C'는 있지만, 야권 지지자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단일화', '후보 간 화학적 결합'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이유로 여론조사 문구와 유·무선 조사 비율 등이 꼽힌다. 방법론 차이로 결렬됐다고 하는데, 저변에 깔린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

■吳-安의 동상이몽
'이변이 생겼고, 막지도 못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 구도를 요약한 12글자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중도 확장성이 강한 오세훈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했고, 이변이 발생했다.

이후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을 빠르게 오르며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결집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박영선-오세훈-안철수 3자 구도에서 오 후보가 승리하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상승세의 오 후보가 굳이 협상과 단일화 일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대로 안철수 후보는 뒷심을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다른 야권 후보들 보다 빠르게 출마 선언을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견제도 심했다. 여기에 오세훈 후보의 상승세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며 스텝이 꼬이고 있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실패한 3가지 이유 [이슈 1인치]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왼쪽)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 4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시장 선거가 끝이 아니다
오세훈과 안철수 두 정치인에게도,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에게도 이번 보궐선거는 보궐선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안철수 후보는 정계 진출 이후, 큰 선거에서 제대로 이긴 적이 없다. 호남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치른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이 그의 마지막 선방이었다.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내리 패배했다.

오세훈 후보는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한 이후 '비운의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10년 가깝게 야인생활을 하다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시 황교안 전 대표에게 패배했고, 총선에서도 정치 초년생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두 정치인에게 이번 선거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

또한 야권에겐 보궐선거 이후 야권 정계 개편이 더 중요하다. 결국 내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에 사퇴하면서 야권의 원심력이 강해졌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 정계개편은 필수적이다.

이번 단일화는 안철수로 대표되는 '제3지대론'과 국민의힘으로 대표되는 '제1야당 중심론'의 전초전인 셈이다.

■국민의힘에는 '안잘알'이 많다
안철수 후보는 정계개편 이후 10년 동안 정치적 파트너를 교체해 왔다. 정의당 말고는 원내에 있는 대부분의 세력과 함께 해봤고 이별해 봤다.

국민의힘에도 많다. 당장 비상대책위원장을 하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도 '안철수의 멘토'로 불렸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한때 '안철수의 입'으로 불렸다. 최근 안철수 후보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가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에서 안 후보와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모두 안 후보와 이별하며 감정의 골이 생겼고, 감정의 골은 안 후보에게 단일화 국면에서 부메랑처럼 날아오는 중이다.

이들은 한결 같이 '안잘알(안철수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자처한다. 김 위원장은 "토론도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시장 노릇을 할 것인가"라고 비꼰 게 대표적이다. 이 전 최고위원도 "본인(안철수)을 조종하는 '여자 상황제'가 있단 말은 들었나"라며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를 둘러싼 '비선 논란'을 다시 제기했다.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실패한 3가지 이유 [이슈 1인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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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