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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 신고하니 '퇴사해라'… 직장인 30% 경험

[파이낸셜뉴스]
괴롭힘 신고하니 '퇴사해라'… 직장인 30% 경험
/사진=뉴스1

#. A씨는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다 지난해 4월 이를 신고했다. 상사는 늦은 밤에 전화를 걸어오고 식사 자리에서는 신체 치수를 물어보며 성희롱했다. 상사의 사적 만남을 거부하자 A씨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러나 신고로 돌아온 것은 타 부서 강제 발령과 권고사직이었다. 내부 조사가 이뤄졌지만 '혐의없음'으로 종결됐고, 상사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A씨는 퇴사하고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신고했지만, 7개월 째 제대로 된 조사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A씨 사례 등 올해 1월과 2월에 걸쳐 받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210건을 분석한 결과, 신고한 건수 86건(41.0%) 중 이후 보복을 당한 경우는 26건(30.2%)으로 나타났다.

앞서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22일∼29일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현황에서도 신고 이후 불합리한 처우를 받은 사람이 대다수였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53.8%)'고 답한 신고 경험자 중 69.2%는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유형으로는 '징계, 근무조건 악화'(61.1%)가 가장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신고자에게만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회사에서 지급하는 선물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러나 제보 사례 등을 비춰보면, '보복갑질'을 금지한 현행법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직장갑질119의 지적이다.

김한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용자들은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를 사업장에서 내보내는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법 위반임에도 노동부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