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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미국인들 "아시안 증오범죄 멈춰라" 분노 확산

美 곳곳서 항의 집회
군중 이끈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
"함께한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한인사회는 차량 동원해 캠페인
아시아계 안전·구호 프로그램
예산 배정 촉구… 기부 행렬도

거리로 나온 미국인들 "아시안 증오범죄 멈춰라" 분노 확산
미국 애틀랜타 총기사건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촛불들이 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 소재 공원 주변에 20일(현지시간) 켜져 있다. 한 아시아계 여성이 하트 모양 촛불을 켜고 있다. AP뉴시스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20일(현지시간)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주말을 맞아 애틀랜타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에 분노를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애틀랜타 시내의 주 의회 의사당 옆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인들을 포함한 시민과 활동가 등 수백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연설에서 총격 사건의 피의자 로버트 앨런 롱(21)의 범행으로 숨진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어 우드러프 공원을 출발해 주 의사당으로 행진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외신들은 이같은 집회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참사의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치유하며 피해자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가 깜짝 등장해 연사로 나섰다. 그는 2분여 동안 구호를 외치며 수백 명의 군중을 이끌었다. 그는 "여기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돼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전일 한인들이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규탄하며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LA 한인회 등 한인 단체가 주관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차량 100여대에 나눠타고 40여분간 코리아타운 일대를 돌았다. 차량에는 '아시안 증오범죄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한글 문구와 '증오를 멈춰라'(Stop The Hate)라는 영문 문구 등이 부착됐다.

한인타운에 일터를 가진 히스패닉계 주민들도 '힘내요 애틀랜타'(Stay Strong Atlanta)라는 팻말을 들고나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여파가 커지면서 미국에서는 183개 단체가 서한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아시아계에 대한 안전 및 구호 프로그램을 위해 3억 달러(약 33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이 예산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악화한 혐오 범죄에 대한 연방 정부의 대응을 촉진하고 주 및 지방 정부가 관련 범죄 보고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AAPI 그룹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1억 달러를 지원하고, 장기적인 지역사회 안전 및 회복을 위해 다음 연방 예산에 2억 달러를 추가 배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모국어로 피해를 보고하고 정신건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들은 서한에서 "아시아계 여성과 소녀들, 트렌스젠더, 성 정체성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 기록되지 않은 이민자 지역사회가 공격에 노출된 시기"라며 "아시아계 고령층은 갖은 폭력의 공포 속에 안전하지 않은 채 거리를 걷고 있고 아이들은 괴롭힘을 견디고 있다. 우리의 사업장은 문을 닫았다"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사건 피해자의 아들인 랜디 박(23)이 도와달라며 기부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개설한 페이지 모금액은 21일 오전 기준 256만2240달러(약 28억9533만 원)를 달성했다.

박 군이 모금 페이지를 개설하면서 당초 목표한 기부액은 2만 달러였다. 그러나 전국적인 애도와 추모 물결 속 페이지 개설 하루 만에 목표치의 100배를 훌쩍 넘어섰다.
페이지에는 10~20달러 기부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가 한국 시간으로 이날 기준 5357건이 올라와 있다.

박 군은 고펀드미 페이지에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는 내 동생과 나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며 "어머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형제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식비, 청구서, 기타 경비 등 기본 생활비로 사용될 것이라고 박 군은 전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