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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부활?..'보수의 아이콘' 오세훈은 누구 [이슈 1인치]

10년 만의 부활?..'보수의 아이콘' 오세훈은 누구 [이슈 1인치]
지난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YTN 방송화면

#. 33세의 젊은 변호사 오세훈이 이름을 알리게 된 건 1993년 '일조권 소송' 사건이다. 당시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일조권이 침해됐다며 주민들이 단체 행동을 나섰는데, 주민들의 대리인으로 등장한 사람이 오세훈이다. 이 소송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13억원의 배상금을 받아냈고, 한국에서 최초로 일조권이 헌법상 환경권으로 인정되는 판례를 이끌어냈다.

#. 오세훈 변호사는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을 맡은 적도 있다. 일조권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방송 인터뷰 기회가 늘었고, 방송국의 제의로 다양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훤칠한 외모의 젊은 변호사' 오세훈은 남성복과 정수기 광고 모델을 맡았고, 1995년 출간한 에세이인 '가끔은 변호사도 울고 싶다'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 정치인으로 대중들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오세훈 3법'이었다. 여야 모두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던 오세훈 변호사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영입돼 서울 강남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3년에는 '코리안 베스트드레서 어워드 정치인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16대 국회에서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스타 정치인이 됐다. 선거공영제, 비례대표제 실시 및 지구당, 정당후원회 폐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정치 개혁의 선두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총선에 불출마했다.

10년 만의 부활?..'보수의 아이콘' 오세훈은 누구 [이슈 1인치]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던 오세훈 당시 변호사. SBS 방송화면 캡처

#. 오세훈에게 서울특별시장은 '독이 든 성배'였다. 잠시 정계를 떠나있던 오세훈 전 의원은 이명박 전임 시장의 뒤를 이어 2006년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다. 법무부 장관 출신의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며,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120'번으로 대표되는 서울시 통합민원서비스인 다산콜센터, '디자인서울' 프로젝트가 그의 업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구청장과 서울시 의회 다수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며 서울시 운영에 난항을 겪었고,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어 시장직을 반납했다. 변호사-정치인으로 20년 가까이 승승장구하던 오세훈의 '비극의 서막'이었다. 이때 방송인 김어준은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다, 보수의 꼬깔콘이 됐다"고 비꼬기도 했다.

#. 서울시장 사퇴 이후 당선된 적이 없는 '패배 전문가'로 전락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중국 상하이 푸단대 등에 있다가 2015년 귀국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았지만, '정치 1번지' 종로구에 출마했다. 전북에서 지역구를 옮긴 정세균 후보에게 선거 기간 내내 우세했지만 막판에 역전 당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에 탈당했지만 대선엔 불출마 했다. 2018년 새누리당 탈당파 정당인 바른정당과 안철수계 정당인 국민의당의 통합을 앞두고 바른정당을 탈당했고, 결국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박근혜를 극복하자'고 주장하며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당심을 잡지 못하고 황교안 대표에게 패배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는 자신의 고향인 서울 광진을에 출마했다. 전략공천된 정치 신인 고민정 의원에게 2.5%포인트차로 패배하면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불출마하고 내년에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서울시장을 이미 두 번씩이나 하신 분이 큰 관심이 있겠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자기 스스로 사표를 내고 나온 사람"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지어 출마가능성이 낮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궐선거에 기습 출마하며 오세훈의 재출마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지난 1월 7일 '안철수의 입당'을 요구하며 '조건부 출마' 선언을 했다.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는 나경원 후보에게도 밀려 예선전에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곤 했다.
그러나..

10년 만의 부활?..'보수의 아이콘' 오세훈은 누구 [이슈 1인치]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단일화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며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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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