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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 예외조항만 16개… 투기 온상 되자 뒤늦게 제도 개선 나섰다

비농업인도 취득 가능 '허점' 많아
농식품부 중심으로 개선안 추진
농지이용 실태 조사해 관리 강화
전문가 "농지전용 규제 필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배우자는 경기 연천 장남면 원당리에 총 1457㎡의 밭을 가지고 있다.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배우자도 경북 안동 남선면 현내리와 남후면에 총 2117㎡의 밭을 보유 중이다. 두 전 장관의 배우자는 모두 대학교수다. 우리 헌법은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사 짓는 사람이 소유하도록 하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담겨 있다. 농지법(6조1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농지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수차례 개정을 통해 비농업인도 농지를 취득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16개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지법은 제정 당시부터 거주지와 농지 간 거리(통작거리) 조항을 없앴다. 비농업인이더라도 상속의 경우 1만㎡까지 농지 소유를 허용했다. 2002년에는 비농업인이 취미나 여가를 목적으로 1000㎡까지 농지를 소유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농업회사법인을 통한 농지 소유도 가능해졌다. 2009년엔 외부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때 확인기구였던 지자체 내 농지관리위원회도 폐지했다.

정부는 뒤늦게 농지제도 개선에 서두르고 있다. 23일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농지법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현행 농지법의 이런 허점을 이용한 투기 가능성을 막기 위한 제도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 김정희 농업정책국장은 "현재 개선안을 마련하는 중으로, 발표가 임박했다"며 "선진화된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지이용 실태를 조사해 토지 중심 농지관리에 나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는 농지관리를 위해 지난 1973년부터 1000㎡ 이상 농지에서 경작 중인 농업인의 농지현황, 농지 소유·이용 실태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파악하는 행정자료용 장부인 '농지원부'를 쓰고 있다. 그러나 현재 농지원부 등록률은 전체의 70%에 불과하고, 실태조사를 한다고 해도 '불법임대차' 농지는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추적·이력시스템을 기존 '농업인' 대신 '해당 토지'로 변경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실제 지금은 논, 밭, 과수원이 '농지'로 분류돼도 실제 농지인지 검증하기 어렵다. 하지만 해당 토지를 대상으로 대장을 만들면 해당 지목이 농지인지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다. 필지 중심으로 돼 있는 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과 연계돼 농지 관련 부동산 정보를 종합적으로 공개할 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는 49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한국농어촌공사에 지자체의 농지원부 검증업무를 지원하는 업무를 위탁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이에 더해 농지 전문가들은 농지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농지소유 규제보다 '농지전용'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농지관리 전담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읍·면 담당공무원 1명이 서류상으로 그 많은 농지를 규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농지 매매나 임대차 정보 파악, 농지이용조정을 통한 이용집적과 휴경 방지, 농지전용 심의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전담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