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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왕이 만난 후 방한

2박3일 일정 한반도 정세 논의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왕이 만난 후 방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부 장관 AP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8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한·러 외교장관 회담으로 마주 앉는다. 23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라브로프 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러 양국 현안 및 한반도 정세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외교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이 중국을 거쳐 방한하는 만큼 북핵 문제와 함께 중국의 입장, 러시아의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의견,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미·중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충돌한 이후 중국이 "북한과 협력할 예정"이라는 독자적인 메시지를 내고 있고, 중·러가 미국의 동북아 외교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기 위해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한·러 회담이 또 하나의 외교적인 시험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시진핑의 구두 친필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같은 편이 되자는 일종의 도원결의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역시 미 대선 개입과 나발리 암살 논란이 불거지며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를 본국 소환조치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한 중·러는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향해 "인권문제 등 내정간섭을 그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어 한국을 상대로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한·미가 2+2 회담에서 포괄적인 동맹강화를 선언하면서도 민감한 '한반도비핵화·중국'을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한·러 회담에서도 '친러·친중'의 의사를 담은 메시지를 고스란히 반영하기는 불가능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중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지정학적 입장을 고려할 때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관계 회복을 위한 중·러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외교의 중심으로 삼으면서 압박하면 (북·중·러의) 공동대처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저녁 전용기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4일에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양국 외교부가 주최하는 '한·러 상호교류의 해' 개막식에 참석한다. 양 장관은 25일 오전 회담을 하고 회담 내용을 설명할 것하는 언론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2박3일 일정을 마치는 25일 오후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