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의 한 총기 상점에서 'AR-15' 계열의 돌격소총이 판매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가에서 이달 연이은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권 초기 총기 규제를 언급하지 않았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여야의 초당적인 합의를 촉구하면서 총기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은 23일(현지시간) 경기부양책 홍보용 순방 행사를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나와 영부인은 처참한 기분이다. 유가족들의 심정을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총기 문제가 “미국의 문제이며 당파적인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하원에서 통과된 총기 규제 법안 2개를 언급하며 “상원이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돌격소총 형태의 총기 및 대용량 탄창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사용할 것”이라며 별도의 행정 조치 가능성 역시 언급했다.
같은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이 발동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통해 총기 문제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광범위한 대책을 두고 심사숙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안에는 행정명령을 포함해서 총기 안전 대책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폭력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포함시켜 토론하고 있으며, 지금도 토론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이달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이어 22일에는 콜로라도주 볼더 카운티에서 총기 난사로 인해 경찰 1명을 포함, 10명이 사망했다. 앞서 애틀랜타 사건으로 백악관에 조기를 게양했던 바이든은 볼더 카운티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조기를 그대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애틀랜타 사건을 저지른 범인은 사건 당일 오전에 9mm 권총을 구입해 범행에 썼다. 볼더 카운티 사건 용의자 아흐마드 알 알라위 알리사는 범행 6일 전에 미 총기 업체 루거에서 생산한 소총 ‘AR-556’를 구입해 범행에 사용했다. 해당 총기는 미군의 제식 돌격 소총인 ‘M-16’의 민수용 총기인 ‘AR-15’ 형식으로 제작된 반자동 단발 소총이며 현지에서 많이 팔리는 대중적인 소총이다. 지난 2017년 미 텍사스주 교회 총기 난사 사건에도 같은 제품이 쓰였다.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2012년 샌디훅 총격 사건 이후 총기 규제에 힘썼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총기 규제 강화는 바이든 정부 초기 중점 정책이 아니었으나 이달 연쇄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바이든이 언급한 총기 규제 법안 2건은 총기 판매시 구매자의 신원 조사를 강화하고 신원 조회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기 규제 법안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맹렬한 반대를 받았기 때문에 해당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는 "총기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겠다"라며 "과거의 상원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법안이 상원을 넘으려면 공화당 의원 10명이 반란표를 내서 찬성 60표가 나와야 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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