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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넓게 쓰는 김종인…호남표 노린 '전략적 광주行'

운동장 넓게 쓰는 김종인…호남표 노린 '전략적 광주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5·18단체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1.3.24/뉴스1 © News1 허단비 기자

(서울·광주=뉴스1) 김민성 기자,김유승 기자 = 야권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 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다음날인 24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수도권·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호남 출신 서울시민들의 표심을 노린 '전략적 방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참배에 앞서 민주의문에 비치된 방명록에 '5·18 정신으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김 위원장은 민주묘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거의 임무를 마쳐가는 과정"이라며 "4월 7일 선거가 끝나기 전에 한번 다녀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5·18 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광주의 함성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견고하게 발전해오지 않았나"며 "5·18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확정돼있는 사항"이라고 광주의 희생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광주 방문은 넉 달 만이다. 지난해 10월29일, 11월3일 광주를 찾았고 지난해 8월 5·18묘지를 참배할 때 보수계열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5·18 홀대'를 사과했었다.

서울시 유권자 중 호남 출신은 서울시 인구의 약 15% 수준으로 다른 지역 출신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방문이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바로 '호남 구애'를 지속해 보선은 물론 차기 대권 승리까지 염두에 두고 호남행을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방문 일정도 오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전날(23일)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넘기 버거워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벽을 넘어 제1야당의 체면을 살린 데에는 김 위원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재보선이 끝나면 국민의힘을 떠나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됐고, 오 후보가 본선에서까지 승리한다면 임기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보선 이후 역할론에 대한 취재인의 질문에는 "어제도 얘기했듯이 다른 사람의 의견은 나의 결심과 별로 관계가 없다"며 국민의힘 잔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지난 23일 김종인 위원장은 "내가 국민의힘에 와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했고 나머지 10%를 더해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키면 그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며 "역할이 끝났다는 건 내 결심이고 비대위 연장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