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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 인정한 두 면역항암제, '폐암' 정복 가능성 높인다

노벨상이 인정한 두 면역항암제, '폐암' 정복 가능성 높인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암 발병 후 5년 넘게 생존한 환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의학적으로는 암 진단 후 5년 이상 살아 있다면 사실상 완치로 간주해 이제 암은 불치병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이런 성과는 치료제 발전에 힘입었다. 특히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과 내성을 개선해 암 정복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어쩌면'에서 탄생한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는 면역치료제 또는 면역관문 억제제라고도 불린다. 인체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 암 세포를 사멸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치료제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혁신적인 치료제다. 면역항암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면역항암제 개발의 원리를 제공한 2명의 면역연구자의 노벨생리학 수상부터다.

면역항암제의 시작은 단순한 물음표에서 시작됐다. T세포 표면에서 면역 세포로 활동하는 PD-1(programmed death-1) 단백질을 처음 발견해낸 교토대학의 혼조 다스쿠(Honjo Tasuku) 교수는 거듭된 연구로 PD-1이 T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어쩌면 PD-1을 억압해 T세포를 활성화하면 암세포를 죽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연구에서 혼조 교수는 PD-1의 파트너인 PD-L1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어 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암세포 표면에 위치한 PD-L1이 PD-1과 결합해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 가장 널리 쓰이는 항PD-1 면역항암제 '니볼루맙'이다.

면역체계로 암 세포를 막을 수 있다는 의학계의 난제를 풀어낸 혼조 교수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때 미국의 제임스 P. 앨리슨(James P. Allison) 교수 역시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앨리슨 교수는 면역체계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CTLA-4 단백질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세계 최초 면역항암제 '이필리무맙'이 탄생을 가능케했다.

■노벨상이 선택한 두 면역항암제 병용으로 암 사망률 1위 폐암에 맞서다

두 연구자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으로 면역항암제는 더욱 각광받았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암종을 가리지 않고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며 학계의 의문 부호를 느낌표로 바꾸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은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강의 파트너로 만나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7년 흑색종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중간 혹은 고위험 진행성 신세포암 치료제로 허가를 넓혔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암 사망률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폐암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전체 폐암 중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50~80%가 진단 당시 암이 진행됐거나 전이를 동반하고 있어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 치료제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지만, 특정 유전자를 표적하는 치료제이거나 발현율의 제한 등 고려해야할 점이 많다. 획기적인 폐암 치료 옵션이 절실한 상황에서 니볼루맙과 이필리무맙은 병용요법을 통해 잠재력을 확실히 꽃피웠다.

니볼루맙-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은 작년 12월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또는 재발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얻었다.

허가의 기반이 된 두가지 임상에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화학항암제 대비 생존기간과 치료 반응률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CheckMate-9LA 임상에선 백금 기반 화학요법 2주기를 추가해 PD-L1 발현율이나 종양의 조직학적 특성과 관계없이 백금 기반 화학요법보다 긴 전체생존기간을 보인 점이 눈에 띈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폐암은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어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진단 당시 이미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진행된 상태다. 기침,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느낄 경우 이미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면역항암제 간의 병용요법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 세포독성항암제를 넘어선 폐암 1차 치료의 새로운 표준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환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줬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