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급도 日로 건너가 소통 타진
美 관계개선 압박 선제대응 분석
【파이낸셜뉴스 도쿄·서울=조은효 특파원 김현우 기자】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 구축을 위한 미·일, 한·미·일 간 회동이 4월에 본격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구상과' 대일외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한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월 31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내신기자단 브리핑에서 "개인적으로 (일본과) 외교장관회담이 조기에 개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일본과의 소통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가 (일본에) 가든지, 일본 외무상이 한국을 오든지 또는 제3지역에서 만나든지,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한·미·일 3자 틀 가동에 나섰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4월 2일 워싱턴에서 열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일본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보국장 등 3자 회담 참석을 위해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4월 9일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4월 말에는 워싱턴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미국이 속도감 있게 한·미·일 공조체제 복원을 시도하면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압박과 요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4월 말에 한·미·일 외교장관 간 회담이 열리더라도, 한·일 간에 양자회담이 성사될 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며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창일 주일 대사가 부임한 지 두 달이 넘도록 외교관례상 이뤄져 온 면담도 응하지 않고 있으며, 정의용 장관의 취임 인사를 겸한 전화회담 제의에도 '무응답'이다. 도쿄 외교가에서는 차기 총리를 넘보고 있는 모테기 외무상이 자민당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이날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일본 외무성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 등과 국장급 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구상, 양국 관계 개선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 변화를 파악하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 외교당국의 선제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이상렬 국장의 방일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정의용 장관의 공표로 공개 회동으로 전환됐다.
이 자체도 한국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에 '노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함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국장의 일본 방문 계획이 발표되기 전, 전날 일본의 외교소식통은 본지 취재에 한·일 국장급 협의가 예고된 사실을 확인해주며, "스가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액션'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로부터 일본이 요구하는 위안부, 징용 문제 해결과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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