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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도 ‘경춘선숲길’처럼... 기장군, 트레일레일로드 조성 고심

동해남부선도 ‘경춘선숲길’처럼... 기장군, 트레일레일로드 조성 고심
▲기장군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현황. 자료=기장군 제공
【파이낸셜뉴스 부산】 부산 기장군이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폐선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실시한 연구용역에서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아들면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1일 기장군에 따르면 최근 오규석 기장군수는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관광자원화 방안에 대한 내부회의를 개최하고, “방향이 잘못됐다”면서 “최소의 예산으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해 활용방안을 재검토하라”라고 지시했다.

오는 9월 기장군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2단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부산(일광)~울산(태화강) 구간 약 37.2km에 총 8개 역을 통과하는 전철을 개통하는 사업이다. 앞서 개통한 사업 1단계(부전역~일광역)와 이 구간이 완전히 이어지면 전철을 타고 33분 30초 만에 부산과 울산을 오고 갈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사업을 맡은 국가철도공단은 동해선 2단계 구간에 상당부분 복선전철선로를 새로 깔았다. 기존 선로는 소음과 진동에 약한 단선 비전철 선로였다, 신설된 선로는 급곡선을 제거하고 이음매 없는 장대레일을 설치해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하게 된다. 기존 철도건널목 11개소도 이미 폐쇄됐다.

이에 따라 기존 선로는 쓰임을 다하면서 폐선구간 10.12km가 기장군으로 편입된다. 군에선 이 유휴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장군에 편입되는 폐선은 석산리 일원부터 길천리까지 5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중 군은 가장 긴 구간인 월드컵빌리지~길천리(7.4km)를 A구간, 석산리 일원 0.78km 구간을 B구간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2008년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A구간에는 기존 선로와 폐역사를 활용한 문화·관광 거점시설을, B구간에는 국립부산과학관과 연계한 야외 체험공간인 과학체험 놀이터를 조성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특히 A구간에는 스카이 사이클을 비롯한 관광열차와 B구간에는 짚라인과 알파인코스터 시설 도입을 담고 있다.

동해남부선도 ‘경춘선숲길’처럼... 기장군, 트레일레일로드 조성 고심
▲ 2020년 1월 서울 노원구 경춘선 숲길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는 모습. 사진=노원구 제공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이 사업들을 시행하기 위해선 토지 매입 등 약 300억 이상이 들어야 가능하다.

현재 군은 기존 선로와 역사를 활용해 주민을 위한 쉼터와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테마 트레킹 레일 로드’ 조성을 꾀하고 있다. 가령 기찻길과 관련된 대중가요를 테마로 숲길을 꾸미고, 폐차된 객차를 이용한 북카페와 24시간 달빛 테마길 등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러한 도시재생 방식의 폐선 부지 공원화 사업은 앞서 타 지자체에서 시행해 시민의 큰 호응을 얻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7년 개방된 서울 노원구 ‘경춘선 숲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서울시는 이 유휴부지에 철도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산책로를 정비하고 갤러리, 목공체험장, 기차카페, 불빛터널 등 지역주민들의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높고 풍성한 고목들로 인해 마치 숲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한 산책로의 역할을 갖추면서 시민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군은 1930년대부터 폐선될 때까지 지역 주민의 애환이 서린 옛 좌천 역사를 매입해 지역 향토자금심을 높이기 위한 역사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좌천역사는 1930년대 건축된 동해남부선 기차역으로 일제강점기 지방 소규모 역사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건물로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문화역사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 군수는 “동해남부선을 타고 다니며 생계를 이어갔던 기장의 어머니들, 새벽밥을 먹고 기차를 타고 공부했던 학생들, 동해남부선과 함께 기장에서 자라났던 기장의 인물들의 삶에 대해서도 좌천 역사에 담아야 한다"면서 "이번 사업에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는 사례가 없도록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녹슨 기찻길 원형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해서 빛나는 기찻길로 만든다는 발상에서 새출발하라”라고 당부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