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특허청장에게 듣는다
최대과제는 R&D패러독스 해소
지식재산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투자비용보다 적은 구조 깨야
연구개발 효율성 높이도록 지원
데이터·창작물 보호망도 늘릴것
김용래 특허청장이 1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공·민간부문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여 'R&D 패러독스'를 벗어나기 위한 특허청의 지식재산 정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특허청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공공과 민간이 수행하는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1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R&D투자비용이 결과물의 가치보다 높은 이른바 'R&D 패러독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R&D효율성 제고를 위한 특허청의 역할을 강조했다.
R&D의 효율화를 위해 김 청장이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사전 특허정보분석, 이른바 '지식재산기반 연구개발(IP―R&D)'이다. IP―R&D는 R&D 초기단계부터 앞선 특허정보를 분석해 외국기업이 선점한 특허장벽을 회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행하면, 분쟁위험을 줄이고 혁신기술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특허를 R&D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앞서 연구와 관련한 선행특허들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김청장의 논리다.
김 청장은 "특허를 R&D의 마지막에 얻는 결과물로만 보면 안된다"면서 "이제는 특허를 R&D과정의 맨 앞부분에 놓고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창작물과 홀로그램, 화상디자인 등 디지털 경제시대 새로운 유형의 지식재산 보호방안도 특허청이 당면한 과제다. 김청장은 "특허청은 AI기술의 발전과 국제적인 논의흐름에 맞춰 AI창작물의 권리보호 제도와 방향을 수립할 것"이라면서 "점차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화상디자인 관련해서는 공간에 투영되는 화상디자인 자체를 보호하는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해 10월부터 시행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청장은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R&D과제발굴과 지식재산(IP)금융 참여은행 확대 계획 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다음은 김청장과의 일문일답.
― '코리안 R&D패러독스'는 무엇이고, 이 현상의 해결방안은.
▲우리가 국내총생산(GDP)대비 R&D투자 규모가 세계 1위이고, 인구수 대비 연구인력도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R&D의 경제성과가 저조한 문제를 꼬집는 말이다. 지식재산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지식재산을 만드는 비용보다 적은 지식재산 생태계의 문제점도 깊이 연관돼 있다. R&D 패러독스 해결을 위해서는 R&D에서 가치있는 지식재산이 창출되고, 창출된 지식재산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식재산 창출―보호―활용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한다.
― 디지털 경제 시대에 지식재산이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제조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지식재산이 적용되는 영역이 늘어나 산업과 서비스를 새롭게 결합시키는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 이미, AI창작물, 데이터, 홀로그램, 화상디자인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지식재산이 등장하고 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의 발달은 위조상품의 새로운 유통경로를 만들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지식재산 창출과 이에 대한 적절한 보호에 달려 있다.
― 데이터가 산업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우리 사회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것이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누군가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고 가공된 데이터에 아무런 보호 장치가 없다면 이러한 데이터의 생산과 활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데이터 부정사용 행위에 대한 규제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데이터 보호에 관한 일치된 규범은 아직 없다. 앞으로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데이터 부정사용에 따른 행위규제 등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
― 인공지능도 발명자가 될 수 있나.
▲AI기술이 발달하면서 AI가 발명을 하거나, 다른 사람 특허를 침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발명을 보호해 줄지, 보호한다면 그 권리는 누가 가질지, AI가 다른 사람의 특허를 침해하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특허법은 사람만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어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 앞으로 AI가 사람을 대체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AI에 의한 발명의 보호나 침해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허청은 AI기술의 발전과 국제 논의 흐름에 맞춰 AI창작물의 권리보호 제도화 방향을 수립하겠다.
―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망기술을 발굴할 수 있나.
▲약 4억8000만건의 특허 빅데이터는 산업·시장 동향, 글로벌 기업의 기술개발 동향이 집약된 기술정보 결정체다. 이러한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술 지도를 만들면 기술개발에 따르는 '지뢰밭'과 '꽃길'을 예측할 수 있다.
경쟁기업 등이 핵심특허를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이를 피해 연구개발(R&D)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돕고,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앞으로 특허출원 증가가 예상되는 블루오션은 우수한 특허를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R&D전략을 제시할 수 있다.
― IP 금융 참여은행 확대 계획은.
▲IP 금융 참여은행은 기존 시중은행에서 지방은행으로 확대 중이다. 산업은행·신한은행 등 기존 7개 시중은행 외에 5대 지방은행이 올해 IP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 김용래 청장 약력
△53세 △경북 영주 △서울 영락고 △연세대 전기공학 △영국 리즈대 경영학 박사△기술고시 26회 △산업자원부 기술사업팀장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장 △산업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산업부 통상차관보 △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 △27대 특허청장(현)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