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유로 제대로 시행안돼
아이 안보여줘도 강제할수 없어
면접교섭센터 수 부족도 문제점
판결때 세밀한 가이드라인 필요
#. 2018년에 이혼한 40대 남성 A씨. 이혼소송에서 13살, 11살 난 두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잃었다. 당시 재판부는 A씨에게 한 달에 2번, 1박 2일씩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면접교섭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전처 B씨가 면접교섭 때마다 갖가지 이유를 대며 응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연락조차 단절됐다.
이처럼 법적으로 면접교섭권이 있음에도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를 어겨도 과태료 처분이 전부여서 아이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이다. 법원 안팎에서 면접교섭센터를 늘리거나 온라인 면접교섭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면접교섭센터와 관련된 문제점은 크게 센터 수와 인력문제, 코로나19 등 긴급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센터 수 부족에서 비롯된 외주, 사실상 실패
센터 수 부족에 대한 문제는 법원도 인지해 왔다. 과거 직접 관리하는 면접교섭센터 외에도 외부에 센터를 만드는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법원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2019년 9월 서초구청이 관리하는 '서초이음누리센터'가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이유로 2020년 1~5월 문을 닫는 등 간헐적으로 운영하자 법원의 이른바 '외주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내 다른 면접교섭센터가 없어 서울가정법원의 면접교섭센터로 사람이 몰리기 때문이다. 불편은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가정법원의 면접교섭실은 법원 여건 상 712호와 714호 2개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6회 운영되는데, 주말 이틀 간 총 24팀만이 이용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런 상황에서 서울·인천·광주 등 면접교섭센터 5곳에 이어 수원·대전·부산 3곳에 센터를 더 열고 추후 10개를 더 확장할 예정이다. 또 부족한 인력임에도 온라인 면접교섭과 화상의무면담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법조계 "법관 사이 판결 편차 커.. 세세한 면접교섭 조항 필요"
하지만 이 같은 대처만으로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아이를 보여주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는 등 이혼 부부 사이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면접교섭 조항을 세부적으로 정하지 않는 판결이 문제로 꼽힌다. 모 가정법원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마다, 가정법원마다 면접교섭조항에 대한 편차가 크다"며 "'재택근무일 경우',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비하는 등 세세한 면접교섭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사법부가 선제적으로 나선 사례도 있다. 영국 대법관 앤드류 맥팔레인(Andrew McFarlane)은 사법부 홈페이지에 정기적 교류가 어려울 경우 줌(Zoom)이나 전화통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미국 또한 코로나19 사태에서 이혼·별거 가정 부모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미국 혼인관계 변호사 학회와 가정법원 협회가 공동으로 나서기도 했다.
로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화상면접가이드'를 자체적으로 제작해 협상에 이용하기도 한다. 자녀와 부모 사이 입장 순서 등 지침을 정해야만 원만한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윤정 법률사무소 화안 변호사는 "면접교섭이 아이에게 있어 중요한 권리"라며 "디테일한 준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공론화 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판결이나 센터 확충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부족한 점이 분명 있다. 방법론의 문제"라며 "법원의 후견적 기능을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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