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경영상황 급격히 악화
LH도 땅 투기로 채용 올스톱
정부가 상반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공기업은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공기업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지만 이들 중에선 사실상 채용이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황이 악화된 곳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과 개별 공기업에 따르면 36개 공기업 중 9곳(채용 인원·일정 모두 미정)이 올해 채용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던 한국마사회나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올해 채용 자체가 불투명한 사황이다.
마사회는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연간 기준으로 2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탓에 전 직원에 대해 주 1회 휴업을 시행하는 한편 사내 노동위원회 협의를 거쳐 기본급의 5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법정 휴업수당 기준(기본급의 70%)을 밑도는 수준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도 마찬가지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다.
채용 계획은 세웠으나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인 기업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정규직 4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무기계약직을 포함해 89명을 채용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채용은 132명(정규직·무기계약직)이었다. 한국공항공사는 하반기에도 추가 채용을 할 방침이나 명확한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공기업조차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해 가지 못한 셈이다.
정남희 기획재정부 재무경영과장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경제 2020년 가을호'에 기고한 글을 보면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등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이 큰 기관들은 총 8조3000억원의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직원 땅 투기 의혹 탓에 채용과정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지난 3~4월 채용공고를 낸 LH는 5·6급 직원 350명, 업무직 160명, 청년인턴 700명 등 연간 1210명을 채용했지만 투기 의혹 이후 정부의 LH 혁신방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당장 신규 채용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혁신방안에 따라 LH 조직과 기능이 대폭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20조원을 넘기면서 자본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 역시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올해 광해관리공단과 통합을 앞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통합 전에 신입 직원이나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대한석탄공사는 탄광 폐광으로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
현재 채용 가능 인원은 안전관리 인력으로 제한돼 있다. 그마저도 올해 채용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이 밖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주식회사 에스알 등은 1·4분기가 마무리된 지금도 내부 인력수급을 정리하지 못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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