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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위상 흔들릴라… "원료의약품 국산화 시급"

코로나 등 원료 수급불안 가중
CMO 빅2도 피해상황 예의주시
업계 '자급률 50% 청사진' 제시
국산 원료 쓴 약품엔 인센티브 등
일각선 '당근책' 필요성 제기도

K-바이오 위상 흔들릴라… "원료의약품 국산화 시급"
제약·바이오산업의 원료의약품 국산화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백신 자국 우선주의로 제약·바이오 원료의약품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중소 바이오업체들이 타격을 받고 있어서다. 원료의약품 국산화률은 저조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생산 등으로 국내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업체들의 생산차질과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바이오분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을 끌어올려 K-바이오 위상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료의약품 수급불안 가중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생산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자급률은 약 20% 수준이다. 나머지 80%는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 인도, 미국 등에서 들여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생산에 원료의약품이 대거 투입되면서 국내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난해 상반기 중국, 인도가 셧다운되면서 일부 원료 수급이 어려웠다" 며 "특히 올해 3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면서 원료 상당분이 백신 생산에 투입돼 의약품 공급망이 불안해졌다"고 전했다.

실제 국내 바이오 위탁생산(CMO)업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오 CMO업체인 A사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원료의약품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코로나19백신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수급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빅2 CMO 기업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원료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양사도 핵심 원료인 세포의 먹이로 쓰이는 '배지'와 배양된 세포를 정제하는데 필요한 '레진'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대규모 물량을 이미 확보해 당장은 큰 영향이 없다. 다만 장기화될 경우 생산차질이 불가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일부 (바이오 원료) 품목은 예전만큼 원할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원료 공급사와 소통하고 있다"며 "바이오 원료인 배지는 유통기한이 있어 장기간 보관에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바이오산업 원부자재 국산화는 대중소기업 협력 및 상생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소기업 바이옥스, 정현프랜트 등과 협력해 배양용기 세첵제와 배양기를 국산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앞으로 기술지원 등으로 중소기업이 원부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생태환경 구축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 소부장 강화" 한목소리

정부는 국내 제약·바이오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오 소부장 연대협력 협의체'를 발족하면서 바이오산업의 소재·부품·장비 자립 수준을 높이고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5년간 857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표적인 단체들도 공통적으로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원료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아 수급이 무너지면 원료 가격과 약가가 올라간다. 해외시장에서 국내 의약품 경쟁력도 떨어지게 된다"며 "핵심원료 및 고부가가치 원료는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하되 어쩔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물질은 수급라인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5년 안에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국산화가 시급한 원료 성분 100여개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국산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에 약가를 더 높게 책정해서 기업들이 원료의약품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