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주일, 업계 혼란 여전
보험사, 고객-상담원 불만 늘어
은행은 비대면·디지털 서비스 중단
금융위 "늦어도 6월 가이드라인"
#1. 적금 및 펀드상품 가입을 위해 한 은행 지점을 찾은 A씨는 가입 절차를 완료하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2배 이상 걸렸다. 상품 가입 시 각종 상품 설명과 설명서 발급 등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B씨는 "가입 절차를 담당한 한 은행 직원이 설명서에 나와있는 글자를 하나하나 다 읽고, 꼭 가져가야 한다고 준 서류도 무척 많았다"며 "오랜 기간 은행을 방문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 비대면으로 고객을 모집하는 B보험사는 상품 설명 과정에서 고객과 상담원 모두에게 불만 요청이 올라와 고전하고 있다. 설명과정이 평상시보다 2배 이상 길어져 업무 실적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법을 완전히 이해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시범케이스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업무가 어려워 보인다"고 토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1주일 지났지만 여전히 금융권과 소비자층 사이에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금소법으로 인해 현장에서 지속되는 금융사와 고객의 혼란과 불만에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비대면 기반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금소법 위반 소지가 있을만한 서비스에 대한 보완작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법 기준 자체가 광범위해 업계별, 상황별로 적용 가이드라인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잇따라 금융업권별로 CEO 간담회를 열어 금소법에 대한 현장의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혼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시범케이스 될라" 여전히 혼란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소법은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토록 하고 있다. 6대 규제란 상품 판매 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행위 △부당 권유 △과장광고 금지 등을 말한다. 이중 논란이 되는 것은 적합성과 적정성,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위법한 사항을 알게됐을 경우 투자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을 쓸 수 도 있다.
6대 판매규제중 적합성이란 일반 금융소비자가 해당 상품에 투자하기 적합한지 여부를 따지는 절차다. 적정성이란 일반 금융소비자가 본인의 투자성향과 맞지 않는 상품을 투자하려 할 때 이를 바로잡아주는 절차다. 설명 의무란 말 그대로 투자 상품에 대한 설명이다. 다만 세부 판매 절차를 법으로는 광범위하게 표현할 수 있어 업계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경우 비대면·디지털 서비스를 일제히 중단하고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들어갔다. 기존 비대면 방식 서비스에서 금소법 위반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스마트 키오스크 서비스인 '유어스마트라운지' 상품가입 서비스를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키오스크 서비스는 일단 중단한 상태로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인 '하이로보'에 대한 신규 거래를 5월 9일까지 중단했다.
■보험사 "다 설명하면 고객도 싫어해"
보험업계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보험사는 펀드 같은 위험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않아 은행만큼 어렵지는 않은 상황히다. 하지만 설명의무, 위법계약해지 절차 등이 기존 방식과 맞지 않아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보험사 A사 관계자는 "위법계약 해지 절차 도입과 관련해 현재의 민원처리 프로세스와 다른 부분이 있어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민원 수용시에는 이미 낸 보험료를 반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위법계약해지시 금융소비자에게 이보다 적은 책임준비금을 지급하게 돼 고객의 2차 불만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설명 의무사항에 대한 범위가 방대하기 때문에 설명 입증 방법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향후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상품 설명이라면 수백페이지 약관을 다 읽어주고 녹취를 해야 하는데, 이건 고객도 싫어하고 보험사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적정 선에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은 지난주부터 은행·보험·카드업계 등을 만나 금소법 취지를 설명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향후 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피드백을 받은 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소법 첫 시행 후 혼란이 있었지만 초기보다는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국 담당자와 업계관계자가 조율을 거친후 가이드라인을 늦어도 6월까지는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정명진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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