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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우라늄농축시설 단전으로 핵협상 차질 우려

[파이낸셜뉴스]
이란 우라늄농축시설 단전으로 핵협상 차질 우려
이란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 단전 테러로 핵협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국가 핵의 날'을 맞아 테헤란에 전시된 우라늄 농축을 위한 신형 원심분리기. 로이터뉴스1

이란 핵협상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란이 지난 주말 나탄즈의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 단전 사건에 이스라엘이 개입돼 있다면서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기때문이다.

이란 핵협상 팀이 협상에서 양보안을 내놓기가 어려워졌다.

12일(이하 현지시간) CNN,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당국자들은 11일 나탄즈의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에 '사고'가 있었다면서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이란 원자력기구(AEOI) 대변인 베르후즈 카말반드는 "다행히도 사고로 인해 어떤 인명 피해나 (방사능) 누출은 없었다"면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며 추가 정보가 있다면 뒤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AEOI는 이 사건을 '테러 행동'으로 규정했다.

이란 의회 의원 맘렉 샤리아티는 "국가 핵의 날에 일어난 나탄즈 정전은 의심스러운 사건으로 이란이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풀기 위해 애쓰는 작업을 사보타지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간 뒤 이스라엘 육군 사령관인 아비브 코차브는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익명의 정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공작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는 배후설을 시인도 부인도 안하고 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를 '핵 테러'라고 규정하고 그 배후로 지목되는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우리의 입지는 강화될 것"이라면서 이제까지는 농축 초기 단계에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농축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스라엘이 사실상 스스로 배후임을 자처함에 따라 이란 핵협상은 꼬이게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란 핵협상 복귀를 시도하고 있는 미국은 이번 사건과 미국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이란 나탄즈 농축시설 사건을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면서 "미국은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지 않으며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떤 추정도 덧붙일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핵협정 탈퇴 이후 지난주 처음 재개된 미국과 이란간 핵협상이 시작부터 궤도를 이탈할 것이란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중국·러시아·유럽연합(EU)·독일·프랑스·영국 등과 이란간 지난주 핵협상이 앞으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주 협상에 참가하기는 했지만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서지는 않았다.

마스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란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특히 나탄즈와 관련한 얘기들은 협상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이 핵협상 판을 엎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협상 과정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부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이란이 이스라엘 손에 놀아나 핵협상에서 탈퇴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이란 협상팀의 양보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란 국민감정 때문에 이란측 협상단이 양보할 수 있는 여력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바에즈는 "최고의 옵션은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취한 것처럼 미국이 이번 사보타지 공격과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