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너도 나도 반도체, 우린 뭐하고 있나

[fn사설] 너도 나도 반도체, 우린 뭐하고 있나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를 들어보이며 기업들의 미국내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반도체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회의에는 삼성전자, TSMC를 비롯해 포드, 인텔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칩·웨이퍼(반도체 재료)를 인프라로 규정했다. 반도체가 단순부품을 넘어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의미다. 미국은 한국, 대만 등이 주도하는 세계 반도체시장을 틀어쥐는 게 목적이다. 핵심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늘리고, 반중(反中) 반도체동맹을 맺자는 것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난처해졌다. 반도체 설비는 최첨단 공정으로 짓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기업 미래에 투자하는 만큼 오너의 최종 판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재판으로 수감 중이다. 삼성전자 최대 고객 중 하나인 중국도 맘에 걸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올린 반도체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비율이 16%에 달한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 핵심장비의 중국수출을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삼성엔 악재일 수 있다.

앞서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갈수록 심화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칩은 세계 최고지만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넘는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초 인프라 투자예산 2조2500억달러(13일 환율기준 약 2534조) 중 500억달러(약 56조3000억)를 반도체산업에 쏟아붓기로 했다. 세제지원 등 구체적 지원대책을 아예 법안에 명시할 작정이다.
미국 인텔, 대만 TSMC처럼 중국·일본·유럽연합(EU)도 자국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참이다. 기업 단독으로는 협상력에 한계가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국가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종합지원대책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