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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양모 "죽을줄 몰랐다", 양부는 "학대 몰랐다" 책임 회피만

정인이 양모 "죽을줄 몰랐다", 양부는 "학대 몰랐다" 책임 회피만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인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의 결심 공판에서 양부모 모두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부모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양모 장씨는 "소리도 많이 치고 (정인이) 몸도 많이 때렸다"면서도 "(아이를) 발로 밟지 않았으며, (사망 당일)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때린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사망 당일의 가해 행위를 묻는 질의에 장씨는 "주먹이 아니고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치면서 때렸다"며 "당시 때린 게 맞지만, 때려서 아이가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망 당일 오전 9시 54분쯤 장씨는 회사에 출근한 남편 안씨에게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장씨는 "아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리고 오해받기 싫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장씨는 당일 오후 12시 29분쯤 정인이가 사망할 수 있다고 의사에게 고지 받았으나, 어묵 공동구매 SNS 게시글에 '주문', '입금 완료'라는 확인 댓글을 달았다. 정인이 사망 이튿날 지인에게 "하나님이 천사가 하나 더 필요하셨나봐요"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양부 안씨가 장씨와의 대화에서 정인이를 '귀찮은 X'이라고 지칭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씨는 정인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하고 장씨의 학대를 방임했으며, 정인이 사망 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장씨가) 소리지르는 것과 때리는 것의 상관관계를 생각할 수 없었다"며 "학대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조치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인이의 몸에 난 멍 등 상처들에 대해서도 "아내의 설명을 대부분 믿었다"고 했다.

검찰은 장씨와 안씨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선택 당한 피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 초기부터 귀찮은 존재가 돼 8개월 동안 집 안에 수시로 방치됐고, 어린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폭행을 당했다"며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무자비한 폭행, 방관으로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오후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을 방청한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으며,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양부모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