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친부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해 재판에 넘겨진 시민단체 대표가 "유죄가 나올 경우 벌금을 내지 않고 구치소에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치소행을 통해 양육비 미지급의 부당함을 알리겠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의 대표 강민서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강씨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지난해 6월 A씨가 20여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1심은 강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강씨가 허위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이트에 올린 고소인이 스키강사 출신에 현재 사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은 허위사실로 판정된다"면서도 다만 "해당 내용들은 실제 있었던 상황을 토대로 했으며, 고소인 배우자의 딸이 1인 피케 시위를 한 점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강씨의 고의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항소 이유서를 통해 "강씨가 허위의 인식이 있었으며 비방할 목적도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양육비 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은 있으나 신상공개 제도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 등을 고려한다면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 적용해 공소사실 변경을 검토할 방침이다.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강씨 검찰의 공소장 변경 검토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다"며 "양육자의 말만 믿고 A씨의 신상을 게시했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죄가 나오도록 노력할 생각은 없다"며 "유죄가 나온다면 벌금을 내지 않고 구치소에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강 대표가 사이트에 적시한 내용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고소했다. 검찰은 강 대표를 약식기소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으나, 강 대표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벌금을 내지 않고 구치소에 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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