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쿠바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오른쪽) 공산당 총서기가 2016년 3월 21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양국간 관계 개선에 합의한 뒤 아바나 혁명궁에서 손을 맞잡고 환호하고 있다. 카스트로는 16일 총서기에서 사임해 카스트로 가문의 62년 쿠바통치를 끝냈다. AP뉴시스
쿠바의 카스트로 시대가 끝났다. 62년 만이다.
쿠바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가 3년전 약속대로 16일(이하 현지시간) 자리에서 물러난데 따른 것이다.
쿠바 공산 혁명을 일으키고 장기 집권했던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 경제를 더 탄탄하게 만들고, 새로운 지도부로 권력을 승계한다는 게획을 제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89세의 카스트로는 이날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제8차 공산당 전당대회 첫날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날은 쿠바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 중앙정보부(CIA)의 피그스만 침공을 격퇴한지 60년째 되는 날이다.
카스트로 후임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미겔 디아스카넬(60) 대통령이 지위를 이을 것이 확실시된다.
1961년생으로 쿠바혁명 이후 세대인 디아스카넬은 2018년에는 카스트로 대신 국가평의회 의장이 되기도 하는 등 카스트로를 잇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카스트로가 3년전 세운 원대한 포부는 그러나 달성과는 크게 거리가 멀다.
카스트로가 퇴임을 선언한 이날도 쿠바 경제는 깊은 위기에 빠져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쿠바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관광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쿠바 경제는 지난해 최소 1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또 경제난 속에 쿠바 시민들은 점점 더 부족해지는 식량, 의약품, 기타 필수품을 받기 위해 매일 수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
쿠바 당국이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쿠바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의료분야에 강점을 가진 나라답게 쿠바는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언제 개발이 끝날지도 모른다.
카스트로가 쿠바를 되살리려던 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큰 좌절을 겪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기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이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모두 뒤집으면서 쿠바는 수십년 동안의 경제 제재에 다시 맞닥뜨려야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관계 개선이 기대됐지만 아직 이렇다할 변화는 없다.
한편 카스트로 가문이 정치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62년만에 처음으로 쿠바에서 카스트로라는 성을 가진 인물이 정치 전면에 나서 고위직을 차지하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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