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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고 아픈 하지정맥류…다른 질환과 오인 쉬워 정확한 진단 중요

붓고 아픈 하지정맥류…다른 질환과 오인 쉬워 정확한 진단 중요


[파이낸셜뉴스] 봄철 따뜻한 햇살과 함께 기온이 올라가면 하지정맥류도 증세가 악화되기 쉽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피부 표면의 혈관이 확장되고 자연 다리에 머무는 혈액량이 증가하면서 정맥이 받는 압박이 커지며 하지정맥류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종아리 정맥 혈액의 역류를 막는 판막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심장으로 가던 혈액이 다시 아래로 역류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다리에 정맥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돌출되는 질환이다.

하지정맥류는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는 탓에 자각하기 쉽지 않다. 정맥혈관이 종아리에 돌출된 후에야 알아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오후로 갈수록 다리가 붓고 피곤하다 △밤에 다리가 저리거나 무겁다 △어떤 자세에도 다리에 불편함이 느껴진다 △종아리에 이유 없는 가려움이 반복된다 △밤에 종아리에 경련이 생긴다 등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라면발처럼 꼬불꼬불한 정맥이 다리에 지렁이처럼 튀어 나와 있으면 하지정맥류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정맥류는 증상이 다양해 오진하기 쉽다. 이 때문에 엉뚱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정맥류와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 있다.

잠들기 전 다리에 마치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편한 감각이 나타나는데 불편감을 없애려 다리를 자꾸 움직이면서 수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간질간질한 감각과 불편감은 비슷하지만 혈류 이상으로 나타나는 하지정맥류와 달리 뇌내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부족이 주요 원인이다.

다리에 가느다란 혈관이 보기 싫게 퍼져 있는 거미상정맥(모세혈관확장증)도 하지정맥류와 착각하기 쉬운 질환이다. 그러나 거미상정맥은 판막 이상으로 혈액이 역류하는 하지정맥류와 달리 표재정맥의 혈관이 살이 트는 것처럼 혈관이 텄다고 표현한다. 실제 이런 경우는 혈류의 이상이라기보다 체질적 원인으로 혈관이 약한 유전성이 강하다.

발바닥 근육을 감싸는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 및 하지근육통도 하지정맥류와 착각하기 쉽다. 오래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나 걸음을 내딛을 때 찌릿하게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오후로 갈수록 통증과 부종이 생기고 불편감이 커지는 것도 유사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으로 자연치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방치하면 피부색의 변화 및 습진·정맥궤양·지방진피궤양증·혈전정맥염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하지정맥류로 진단 및 치료를 받았음에도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내원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혈관초음파 검사를 하면 대부분 정상 소견이 나오지만 신경과 근육 통증을 진단하는 전기신경자극 기기로 검사해보면 좌골신경통·허리디스크·무릎관절염·근육통·아킬레스건염·족저근막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하지정맥류는 정확한 진단과 발견 즉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 탓에 생기는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혈관경화요법과 레이저치료 등이 주로 쓰인다.

혈관경화요법은 정맥 혈관 내에 경화제를 주입해 해당 정맥류에 혈전을 만들어 영구적으로 섬유화시키는 요법이다. 혈관내피세포 하부의 콜라겐 단백이 경화제에 노출되면 혈소판이 응집돼 혈전을 만들면서 피가 통하지 않게 돼 보기 싫은 혈관이 없어지는 원리다.

그러나 혈관경화요법은 임신부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 혈전성 정맥염과 심부정맥 혈전증의 기왕력이 있는 환자, 혈관경화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 알코올중독 치료제인 디설피람(Disulfiram)을 투여받는 환자 등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게 단점이다.

레이저치료인 정맥레이저폐쇄술(EVLT)은 혈관 내에 레이저 케이블을 넣고 580nm, 942nm 혹은 다른 다양한 파장대의 고출력 빛을 조사해 광열반응을 일으켜 혈관의 내피세포를 파괴하여 혈관을 압착시키는 방법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분지된 혈관의 처리가 불가능하다. 비용 대비 효과면에서 주사요법인 혈관경화요법에 비해 단점이 많아 예전보다 덜 활용되거나 경화요법과 병행한다.

예전의 완전 외과적 정맥 발거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과다출혈, 신경손상 문제로 요즈음 시행하는 병원이 드물다.

광투시 전동형 정맥발거술(Trivex)은 2000년대 초반 잠시 유행했던 치료다. 광섬유 케이블이 연결된 회전톱을 이용하여 돌출 정맥을 흡입하면서 제거하는 시술로 피하 연부조직 손상 및 출혈이 과다하고 돌출정맥 제거가 완벽하지 않은 게 한계다.

브이너스(VNUS)는 전기봉을 혈관 내에 삽입해 고주파 전기로 혈관을 태우는 시술로 2010년대 중반 이후 몇몇 병원이 시술하고 있다. 혈관과 인접한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높아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클라리베인(Clarivein)은 2018년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은 경피적 기계화학정맥폐쇄술(Percutaneous Mechano-chemical Ablation, MOCA) 방식의 기기다. 회전 브러시를 혈관에 삽입해 혈관내벽에 물리적 자극(진동)을 가하면서 혈관내피세포를 파괴해 혈전을 유도하고 동시에 혈관경화제를 주입한다. 시술 후 재발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게 단점이다.

베나실(VENASEAL)은 접착력이 강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를 혈관 안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흉터가 없는 장점이 있으나 이물질이 영구적으로 남고 이로 인해 혈전과 이물반응이 초래될 수 있는 게 단점이다. 정맥류 5기 이상인 굵은 혈관에는 적용하기 어렵고 분지된 정맥에는 영향이 미치기 어려우며 재발될 수 있는 게 약점이다.

심영기 원장은 "혈관경화요법을 기본으로 레이저치료나 호아타 전기자극요법을 상황에 따라 맞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호아타요법은 800 마이크로 암페어(microA) 수준의 미세전류를 고전압으로 흘려보내 기존의 경피전기신경자극기가 미치지 못하는 혈관 깊숙한 부위까지 자극하는 치료법으로 하지정맥류를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인 림프슬러지를 녹여 하지정맥류로 인한 통증과 붓기를 감소시킨다.

세포 재생도 촉진시켜 탄탄한 혈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호아타 치료는 근막통증 주변에 전기자극을 가해 혈관의 확장과 변형을 예방 또는 저지하고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