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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연구·윤지선 '혐오논문' 논란··· "램지어 사태와 데칼코마니"

유튜버 인사말 '여성혐오'라고 주장
근거 없음 확인되자 수정, 사과는 無
유튜버 소송 검토, 법률갈등 비화되나
램지어 '자발적 매춘부' 논란과 유사점多

[파이낸셜뉴스] 논문에 유튜버의 인사말을 여성혐오적 표현이라고 명시한 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수정한 윤지선 세종대학교 교수와 철학연구회가 해당 유튜버에게 사과를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해당 유튜버가 명예훼손 고소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여전히 변화는 없는 상태다.

논문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사례와 같이 학술적 근거가 빈약한 모욕적 표현이 법적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철학연구·윤지선 '혐오논문' 논란··· "램지어 사태와 데칼코마니"
철학연구회가 발간한 <철학연구> 127집에 실린 윤지선 교수의 논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철학연구회와 윤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유튜버 보겸의 인사말이 여성혐오라는 각주가 논란이 되자 일부 수정했으나 별도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윤 교수는 보겸에 대한 명예훼손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본지 취재결과 해당 논문엔 논란이 된 내용 외에도 다수의 결함이 발견됐다. fnDB

■근거 없이 '여성혐오' 매도, 학문적 자유?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교수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한국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에 실린 유튜버 보겸의 인사말 ‘보이루’ 관련 표현이 형법에 저촉되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철학계 권위 있는 학술단체인 철학연구회가 정식 심사를 거쳐 발행한 해당 논문은 보겸이라는 유튜버의 인사말인 ‘보이루’가 ‘보X+하이루’의 합성어라고 명시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논문엔 “보겸이 ‘보겸+하이루’를 합성해 인사말처럼 사용되며 시작되다가. 초등학생을 비롯한 젊은 2,3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보X+하이루’로 유행어처럼 사용, 전파된 표현”이라고 적시돼 여성비하적 표현이란 의혹을 완전히 거두지 않았다.

논문엔 이 같은 판단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해당 유튜버는 법률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이에 본지가 윤 교수에게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윤 교수는 ‘그럴 뜻이 없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본지 질의에 “학회 측과 검토해 해당 용어의 기원과 전파, 사용을 상세설명하는 방식으로, 각주 18번을 수정했다”며 “이를 통해 각주에 의한 명예훼손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직접적 오류가 있던 부분을 수정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어 “보겸의 저격으로 인해 저는 1월말부터 지금까지 온오프라인에 걸친 집단공격을 당하고 있다”면서 “해당 유튜버는 극도로 심각해진 집단 사이버공격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 느끼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화살을 돌렸다.

철학연구·윤지선 '혐오논문' 논란··· "램지어 사태와 데칼코마니"
충실한 근거 없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존 마크 램지어 교수. fnDB

■논문 실린 '비방성 주장' 명예훼손일까
윤 교수 논문 논란이 지난해 12월 ‘태평양전쟁 당시 성매매 계약’이란 논문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자발적 매춘부’였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램지어 하버드 교수 사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철학계 한 관계자는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램지어 교수도 근거 없이 자기생각을 논문에 적어 비판을 받았는데 윤지선 교수도 같은 상황”이라며 “램지어 교수 때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나서 비판하고 한국 학계에서 성명도 많이 나왔는데 왜 이번엔 철학계나 여성계에서 조용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논문의 근간이 된 '성계약서'를 찾지 못했고 별도의 근거가 빈약한 상태에서 성노예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학문적 자유는 학술 교류를 통해 진실에 가깝게 진전될 수 있을 때 보장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증거가 정확한 지 파악해야 한다”며 “램지어 교수는 사적인 의견을 학문적인 시도로 둔갑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한 바 있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근거가 빈약한 교수 개인의 의견이 학술적 가치가 있는 저술처럼 발표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및 일반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에 대해 이지훈 변호사(아는변호사 이지훈 사무소)는 “고소를 하게 되면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며 “학문의 자유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권리의 충돌 문제인데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문제된 내용을 단순의견 제시로 판단한다면 결론이 달라질 여지도 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명예훼손은 사실의 적시로 성립되는데 ‘A가 하는 건 B다’라는 걸 단순 의견제시라고만 보면 명예훼손 성립이 안 될 수도 있다”며 “(법원은 단순한) 판단은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철학연구·윤지선 '혐오논문' 논란··· "램지어 사태와 데칼코마니"
철학연구회와 윤지선 교수는 논문이 논란이 된 지난 3월 논문을 수정했다. 철학연구회.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