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맹종죽 죽순 20여 개 훼손
전날 울산시 죽순 보호 감시단 운영 돌입 무색
감시단 철수한 심야 시간 노려 범행 한 듯
20일 SNS에 올라 온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대숲 내 죽순 절도 사건 현장 사진들 /사진=SNS 캡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대숲의 죽순 보호를 위해 감시단 활동을 시작한 날 보란 듯이 죽순을 잘라 간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시는 감시망을 강화해 추가 훼손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울산의 한 시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죽순이 훼손된 현장의 영상과 함께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 시민은 SNS에서 “어처구니가 없네요. 태화강 국가정원 맹종죽(孟宗竹·대나무 품종) 죽순이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어젯밤 아니면 오늘 꼭두새벽 같아 보인다”며 범행 시간을 추정했다. 영상에는 식용 가능한 죽순의 밑둥 부분을 잘라 낸 뒤 표시가 나지 않게 윗부분을 그대로 덮어두는 치밀함도 찍혀 있다.
이 시민은 평소 태화강 국가정원 자연생태를 사진에 담아 SNS에 공개해 왔다. 전날 오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맹종죽 죽순과 잎에 달린 아침이슬의 아름다움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태화강 국가정원이 내건 죽순보호 안내 플레카드까지 함께 찍어 올리면서 죽순보호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울산시도 해마다 되풀이 되는 불법 죽순채취를 근절하기 위해 전날 죽순 보호 감시단 운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죽순 절도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사건 현장은 국가정원 내 국화원 인근으로 약 20개의 맹종죽 죽순이 훼손됐다. 대부분 식용 가능한 크기들만 사라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감시단이 철수한 심야 시간에 잘라 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정원 내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전날 같은 SNS에 올라 온 태화강 국가정원 맹종죽 죽순의 모습. 맹종죽은 호남죽, 죽순죽, 일본죽, 모죽(毛竹)이라고도 한다. 높이 10-20cm, 지름 20cm 정도로 대나무 중 가장 굵다. 산지는 한반도 남부 지역으로 죽피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현재 왕대, 맹종죽, 오죽, 구갑죽 등 다양한 대나무가 분포돼 있으며, 특히 왕대의 죽순은 향이 독특하고 맛이 좋아 예전부터 정평이 나있다. 이에 울산시는 2007년 전후로 이곳에서 나는 죽순의 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울산시는 현재 죽순이 잘려나간 현장을 수습하는 한편, 감시를 강화해 추가 훼손을 차단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한편 이번에 잘려진 맹종죽은 호남죽, 죽순죽, 일본죽, 모죽(毛竹)이라고도 한다. 높이 10-20cm, 지름 20cm 정도로 대나무 중 가장 굵다. 산지는 한반도 남부 지역으로 죽피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는데다 윤기가 적으며 매우 단단하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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