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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국제법 흐름 무시"… 이용수 할머니 "국제사법재판소 가겠다" [위안부 판결 뒤집혔다]

2차 소송 각하에 일제히 반발

법원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각하 결정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국제법의 흐름을 무시했다"며 항소를 요구했다. 정부도 한·일 관계를 풀려는 의도와는 다른 판결이 나오며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21일 정의기억연대·나눔의 집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법원에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되자 성명서를 내고 "지난 30년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고발하고, 국제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한 피해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국가는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국가면제'를 주장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했을 뿐 아니라 인권 중심으로 변화해 가는 국제법의 흐름을 무시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해 다시 판단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이날 서울 율곡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88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재판부를 규탄한다"며 "위안부 피해자 원고 중 생존자는 단 4명뿐으로,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군성노예제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회계부정 의혹으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다. 이날 이 할머니는 대리인과 함께 법원에 출석해 판결을 들었으나, 정의연은 따로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법원에 출석해 재판부의 선고를 지켜보다 도중에 퇴정했다. 이 할머니는 이후 취재진에게 "너무 황당하다"며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간다. 꼭 간다"고 말했다.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떠나기 전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외교부 등 한국 정부는 아직 2차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사법부 판결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 일본을 압박하며 한·일 관계를 풀려는 의도와는 다른 판결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오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틀을 유지하며 현실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장관이 토론회에서 "일본이 정부 간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 것이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힘이 빠지게 됐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김현우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