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해 10월 10일(현지시간) 오클랜드 남부의 망게레에서 선거유세에 나서 지지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로이터뉴스1
뉴질랜드 밴드 식스식스티(Six60)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5만여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공연을 펼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생활방역에 집중하고 있지만 뉴질랜드는 지난해 팬데믹 초기 한달여 전면 봉쇄 뒤에는 거의 대부분 팬데믹 이전과 다름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감염이 없기 때문이다.
식스60는 그동안 뉴질랜드 전역에서 공연을 벌여왔고, 이날 밤 최대 도시 오클랜드의 럭비 경기장인 '이든파크'에서 피날레 공연으로 5만여 청중을 끌어 모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청중들은 "그래, 이든파크에 무슨 일이 있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식스60는 해외에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었지만 팬데믹으로 해외 공연은 멈춘채 뉴질랜드에서만 공연 해왔다.
25일 뉴질랜드 현충일인 앤잭데이를 앞두고 본 공연 전에는 뉴질랜드 군 밴드가 깜짝 공연을 했다.
뉴질랜드는 저신다 아던 총리 행정부의 방역 성공으로 이번 대규모 밴드 공연 외에도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럭비 경기가 계속 열리는 등 팬데믹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해외 여행객 입국이 전면 중단돼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뉴질랜드 출입국의 25%를 차지하는 호주와는 이른바 '타즈만 버블'이라고 부르는 자가격리 없는 자유로운 이동을 시작했지만 호주 지역의 코로나19 지역 감염 사례로 이마저도 휘청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백신이다.
뉴질랜드 역시 방역에 성공한 안일함 때문인지 백신 접종에서는 주요국들에 크게 뒤처져 있다.
스터프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2월 21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지난 9일 현재 모두 9만286명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1차 접종 인원은 7만1013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이는 1만9273명이다.
인구 100명당 1.8회 접종이 이뤄진 셈이다.
2%에 못미치는 낮은 접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일본 등과 함께 백신접종률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수준이다. 호주 역시 최하위 그룹에 속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접종률이 2%를 조금 웃돌고 있고, 미국이 '쿼드' 동맹국들에 백신을 우선 보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냄에 따라 백신 확보 전망도 높아져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가 '매우 운 좋은 위치'에 있다며 낮은 백신 접종률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던은 최근 "다른 나라들은 백신 접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세계 다른 곳에서와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백신이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방역 책임자인 애슐리 블룸필드 박사도 뉴질랜드는 백신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통제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유출된 정부 문서를 인용해 정부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현재 뉴질랜드 백신 접종 속도가 정부가 계획한 수준의 3분의1밖에 안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뉴질랜드는 공항·항만 등 국경 시설 종사자, 해외 입국자들이 격리되는 호텔 등의 시설 종사자와 그 가족, 의료진 등에 대해 백신을 접종 중이다.
5월부터는 코로19에 감염될 경우 심각한 증상을 겪을 수 있는 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하고, 7월부터는 일반 시민들로 접종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그러나 지금까지 구체적인 백신 접종 현황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앞서 CNN은 뉴질랜드, 한국 등 방역에서 성과를 보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백신 확보에 게을러 백신접종에서는 실패를 맛보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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