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 사진제공=고양시
【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손에 메니큐어를 발라본 지가 언제인지….” 발달장애 아들을 둔 A씨는 곱게 네일아트를 한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다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들 돌보느라 손이 많이 거칠고 부르텄는데 손톱이라도 예쁘게 칠하고 나니 기분전환이 좀 되네요.”
A씨가 작년 연말 ‘고양시 7일의 휴가 있다’ 프로그램 마지막 수업에서 보인 모습이다. 그동안 매주 색다른 체험수업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같은 반 9명 모두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다. 수업 때마다 동병상련으로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다보니 속도 후련했다.
고양에는 장애인 인구가 많다. 올해 3월 말 기준 고양시 등록장애인 수는 4만1941명이며, 이 중 심한 장애인은 1만5756명이다. 장애인 인구가 경기도 2위, 전국 3위(시-군-자치구 기준)를 기록했다.
장애인과 가족이 고양을 선호하는 이유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뛰어나서다. 고양에는 홀트학교-한국경진학교 등 특수교육기관이 4곳이나 있다. 장애인체육시설이 두 개나 운영된다. 전국 최초로 시작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이용장애인 ‘근로보조수당 지급’ 등 타 시군과 차별화된 복지사업이 즐비하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아픔과 불편함이 생활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코로나19 시설 휴관으로 유독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장애인과 가족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장애인 가족 잠시 쉬어가세요…‘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
고양시는 2019년부터 장애인가족 휴식 지원을 위한 ‘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 사업을 추진해왔다. 장애인 가족이 1주일에 한 번씩 7주간 다양한 체험수업에 참여한다. 기분을 환기시키고 심리, 정서적 안정을 얻으며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원예프로그램과 아로마 요법, 케잌 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현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비는 수업 재료비까지 전액 무료다.
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하하호호 웃음교실.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네일아트.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실내가드닝 수업. 사진제공=고양시
◇ 월급 말고도 시에서 수당이 나와요...‘장애인 근로보조수당 지원’
고양시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 노동자에게 월 5만원에서 10만원의 근로보조수당을 지원한다. 작년부터 시작됐다. 대상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월 평균 20시간 이상 일하는 장애인이다. 장애인재활시설에서 고용한지 3개월이 지난 장애인 중 월 급여 20만원 미만인 경우 지급하고 있다. 근로 중인 장애인에게는 월 10만원을, 훈련장애인에게는 월 5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작년 한해, 고양시는 5개 시설에 연인원 493명을 대상으로 총 9560만원의 근로보조수당을 지원했다. 올해는 현재 2분기까지 접수된 금액이 5252만원이다. 일산서구 소재 직업재활원에서 근무 중인 발달장애인 B양은 "시에서 지급해주는 수당이 도움이 된다"며 "가족에게 간식거리를 사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장애인도 우리처럼…‘찾아가는 희망가득 공연상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고양시는 장애인 인식개선사업으로 ‘희망가득 공연상자’를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형성이 중요한 초등 1~2학년과 유치원 학생이 대상이다. 올해 교육 대상은 전체 4211명으로 하늘초 병설유치원 등 14개 유치원과 행남초 등 27개 학교다.
연극 공연 팀이 직접 학교나 유치원을 찾아가 인형극을 진행하는 대면 교육에는 942명이 참여한다. 비대면 교육은 3269명이 대상이다. 온택트 상황에 맞춰 인형극 공연 영상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대면 교육으로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극단 ‘멋진친구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4명의 발달장애인이 30~40분가량 인형극을 한 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며 질문과 대답의 시간을 가진다.
일산동구 백송초 병설유치원 교사 C씨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공연 내용을 편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원에서 함께 생활 중인 특수학습 친구들에 대해서도 자신과 별로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양 꿈의버스-허브아일랜드 체험. 사진제공=고양시
고양 꿈의버스-한국민속촌. 사진제공=고양시
◇ 버스타고 함께하는 따뜻한 여행... ‘고양 꿈의 버스’
고양시는 장애인과 가족이 문화, 역사, 생태, 전통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나들이와 여행을 지원하는 ‘꿈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사업은 버스와 운전기사 유류비, 통행료를 지원해주며 33인승, 45인승 꿈의 버스가 대여된다. 학교 등 단체에서 신청할 수 있다.
테마사업은 매월 선정된 여행지 관람, 체험, 숙식 등을 전액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개인이 신청 가능하다. 작년에는 서울타워, 한강유람선, 부천식물원 등 16개 여행지를 발굴해 테마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일반사업으로 5월에 일산동고에서 신청해 5월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꿈의버스가 지원될 예정이다. 여행을 지원하는 테마사업은 작년 12월부터 5인 이상 집합금지에 따라 잠정 중단됐다.
‘꿈의버스’는 2016년부터 시작해 그동안 총 1만6435명이 참여했다. 2019년도 행안부 주민생활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고양시는 이외에도 최근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장애인표준사업장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무장애 친화도시 조성 △고양시발달장애인가족지원센터 개소 △국비 53억을 이미 확보한 ‘장애인종합복지드림센터’ 건립 등 장애인 복지관련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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