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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의 역설… 중국 반도체 산업 자력갱생 앞당기나

반도체 못 구하자 직접 생산 나서
1분기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
전년동기비 36% 늘어 512억위안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 속에서 올해 1·4분기 중국의 반도체 제조설비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제재로 수입산 반도체 구입이 더 이상 힘들어진 이후 반도체 자력갱생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집적회로 수입도 늘었다.

25일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1~3월 중국의 반도체 제조설비 수입액은 512억위안(약 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늘었다. 반도체 집적회로 수입액은 6074억위안(약 104조6000억원)으로 기록됐다. 전년도와 비교해 21% 확대된 수치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부터 반도체 관련 제재를 받았다. 미국은 2019년 5월 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들에 대해 화웨이, SMIC 등 중국기업에 부품을 공급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게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했다. 사실상 중국으로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가 공급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 이후에도 강경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조2500억달러(약 2514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에 국립과학재단의 반도체 기술부서 창설을 위한 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 방안을 포함하는 등 반도체 산업 발전 정책을 진행시키면서도 중국에 대한 규제는 풀지 않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장비 수입이 급증한 기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 규제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4차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계획 안에 반도체 굴기를 중점 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의 반도체 업체는 5만개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신설된 반도체 회사는 1만2000여 곳이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경우 단기간에 발전이 어려운 만큼 자동차, 휴대폰, 가전제품 등은 반도체 수급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부문별한 투자로 부실기업이 늘고 정부 지원금만 받아 챙긴 뒤 파산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지적하고 있다.

중국 경제발전 계획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경제연구소 쑨쉐궁 소장은 지난 3월말 대외경제연구원 북경사무소 주최 '2021년도 제1회 한중경제포럼'에서 "중국은 반도체 국제 분업에서 제조를 해야 하는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미국의 제재 이후 수요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면서 "반도체 산업을 처음부터 전반적으로 개발하려면 광학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한편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였던 화웨이는 미국 제재의 직격탄을 맞아 1·4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 기업 순위에서 5위 밖으로 밀려났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