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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찬의 특급논설] 추미애 전 장관님, 사과하세요

[곽인찬의 특급논설] 추미애 전 장관님, 사과하세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뉴스1

장애인단체도 "외눈은 비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기대

[파이낸셜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님, 요즘 고단하시죠? 뜻대로 되는 일이 없죠? 4·7 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고, 그 여파로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뉴스공장'도 구설에 올랐습니다. 서울시장이 바뀌었으니 이런 일이 있을 줄 누구나 짐작했을 겁니다. 그래서 김어준씨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아뿔싸, 생각지도 못한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일 줄이야.

먼저 추 전 장관님을 두둔하고 싶네요. 달을 가르키는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이 있죠? 흔히 본질은 놔두고 부수적인 일을 갖고 시비를 건다는 뜻으로 쓰이죠. 페이스북에 올린 '외눈' '양눈' 글의 본질은 '뉴스공장'이야말로 상업주의에서 벗어난,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방송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걸 저는 압니다.

그런데 외눈, 양눈이란 표현을 두고 사방에서 총알이 쏟아지네요. 엄밀히 말하면 부수적인 일인데 아예 본질을 덮어버렸어요. 야당 국민의힘에서 "비루한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사과하는 법을 배우라"(박기녕 부대변인)는 비판이 나온 거야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민주당 5선 중진의원과 정의당 초선 의원의 지적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시겠지만 이상민 의원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입니다. 장혜영 의원은 동생이 발달장애인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장애인 인식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추 전 장관님은 두 사람이 보낸 선의의 충고를 깔아뭉개셨어요. 그것도 고압적으로 국어사전을 들이대면서요. 이 의원은 이걸 두고 '옹고집'이라고 하셨더라구요.

코너에 몰린 순간 결정타가 날아왔네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6일 성명을 내고 "추미애 전 장관의 '외눈' 발언은 장애인 비하 발언이 맞다"고 했습니다. 연맹은 "이상민 의원은 장애 당사자이고, 장혜영 의원은 장애인 가족으로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갖고 남다른 사회 활동을 해왔다"며 "두 의원의 지적은 장애인의 정서를 알기에 가능했고, 장애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런 걸 두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하죠. 아니, 과연 가래로 막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네요. 워낙 일이 커져서 말이죠. 저는 궁금합니다. 왜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 쪽 사람들이 자꾸 여성, 노인, 청년, 장애인 폄하 또는 비하 논란에 휩싸이는지 말이죠. 진보는 우리 사회의 약자 편 아닌가요? 약자 편을 든다고 하지만 실제론 약자보다 우리편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4·7 보선은 그걸 심판한 거구요. 결국 추 전 장관님은 진보 정치인이 진보의 가치를 거스른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네요.

솔직히 저도 글을 쓸 때 조심스럽습니다. 나도 모르게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쓸까봐서요. 문제를 한번 내볼까요? 신문에 '벙어리 냉가슴'이라고 써도 될까요? '꿀 먹은 벙어리'는요? '눈 뜬 장님'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어떻습니까? 오래된 속담이니까 써도 무방할 것 같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런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이왕 나온 김에 예를 더 들면 장애자, 장님, 절름발이, 정신박약, 불구자, 벙어리, 귀머거리 등도 비하 표현으로 분류됩니다. 애꾸눈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이런 단어가 사전에 나온다고 아무렇게나 써서는 안 된다는 얘깁니다.

[곽인찬의 특급논설] 추미애 전 장관님, 사과하세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사진=뉴시스


저같은 직장인은 1년에 한번은 꼭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받습니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의무사항입니다. 정치인의 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추 전 장관님 같은 중견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구요. 혹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안 받으셨다면 의무가 아니라도 꼭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저는 추 전 장관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본질을 압니다. 저도 '뉴스공장'만이 가진 독특한 면을 이해하는 편입니다. 행여 오세훈 시장이 절차를 어겨가며 진행자를 쫓아내거나 '뉴스공장' 문을 닫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이와는 별개로 추 전 장관님은 장애인 비하 표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시길 권합니다. 체면이 깎이는 일도 아닙니다. "실수를 고칠 줄 알고 고집을 피우지 않는 자는 더는 조언과 행복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이 아니다.
고집만이 어리석음의 죄를 짓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안티고네'에 나오는 말입니다.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 장애인 비하에 더해 고집불통이란 인상까지 심게 됩니다. '정치인 추미애'에게 이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곽인찬의 특급논설] 추미애 전 장관님, 사과하세요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